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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38년 돌본 뇌병변 딸 살해 친모 ‘집행유예’

입력 : 2023-01-19 15:23:57 수정 : 2023-01-19 23: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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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60대 1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
38년간 돌보던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친모 A씨가 지난해 5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38년간 돌봐온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모친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장애인 가족의 아픔을 오롯이 그들만의 몫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는 과제를 다시 한번 사회에 제시한 사례로 남게 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63)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제출한 증거도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이 아무리 어머니라고 해도 피해자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내용 등을 살펴보면 법률상 심신미약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 B씨(30대)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A씨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A씨 구속영장에 대해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해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인천=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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