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장애인 위한 연주회 등 계획
시향과의 5년, 가능성 탐험 시간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채 선뵐 것”
“(장애인 등)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를 위해 연주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들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야프 판즈베던(63·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차기 음악감독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음악가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아들도 자폐가 있는 그가 부인과 함께 1997년 모국 네덜란드에 세운 ‘파파게노 재단’의 활동을 소개하면서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새잡이꾼(파파게노) 이름을 따온 재단은 자폐 조기 진단과 음악 치료 등 자폐 아동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판즈베던은 한국에서도 자폐 아동을 위한 음악 치료가 필요할 경우 돕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오는 4월 서울시향 신규 단원 채용을 위해 다시 방한할 때나 내년 시작하는 임기(5년) 동안 해마다 장애인 아동과 가족을 초대하는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뉴욕필하모닉과 홍콩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그는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을 수락한 소감과 관련,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과 함께 작업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6살 때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만난 바이올린 스승 강효(78) 교수를 언급했다. 판즈베던은 19살에 네덜란드 명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악장에 임명된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으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강효 선생님에게 바이올린에 관한 모든 지식과 연주자 윤리 등을 배웠어요. 제 삶에 큰 영향을 주었고 매우 존경하는 분입니다.”
그는 엄격한 리더십에다 혹독한 연습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해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불린다. 판즈베던은 “제가 리허설에서 엄격할 순 있지만, 그건 음악과 더 나은 연주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판즈베던은 서울시향과 동행할 5년에 대해 “‘천국보다 천국으로 가는 여정이 훨씬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색채와 가능성을 탐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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