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도착 보장’으로 쿠팡 로켓배송에 도전장…유료 멤버십 봇물, 옥석 가리기 본격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변수…5~10년 이후에도 ‘절대 강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유통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인 5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올해 유통시장은 ‘승자 없는 전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패권을 장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마존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고, 오프라인 최강자 월마트와 함께 미국 리테일 소매시장의 25%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지난 10년간 아직도 ‘시장점유율 5%’의 벽을 넘은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절대 강자 없는 올해 유통시장에서 네이버가 빠른 배송에 드라이브를 거는 ‘도착보장 서비스’를 런칭해 쿠팡의 로켓배송과 진검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신세계그룹·마켓컬리 등의 유료 멤버십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유통업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무점포 판매(온라인 쇼핑) 등 국내 유통시장(소매판매액)은 지난해 1~3분기 400조원을 돌파한 408조380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으로 유통시장 규모가 4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21년 1~3분기(380조2962억원)와 비교해 7.3% 성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통시장 규모는 2021년 4분기 실적(138조원) 수준만 기록해도 종전 최대인 2021년 518조5340억원을 넘어 530조원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통시장은 10여년 전인 지난 2012년만 해도 230조원 규모였다. 10년만에 300조원 가량 급성장한 셈이다.

지난 10년간 2014년 로켓배송 시대를 연 쿠팡, 신선식품 새벽배송 마켓컬리 등을 비롯한 신(新) 유통 이커머스 기업들이 성장했다. GS·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이 경쟁하는 편의점 시장도 2011년 10조원 규모에서 올해 1~3분기 23조원대로 2배 이상 커졌다.
그러나 절대 강자는 아직 없다. 쿠팡의 2021년 기준 유통시장 점유율은 4%이고 롯데쇼핑이 3% 수준이다. 이마트·쿠팡·롯데를 다 합쳐도 국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약간 웃돈다.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선 유통기업들의 패권 장악 윤곽이 명확한 편이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CPG마켓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의 2021년 미국 소매시장 시장점유율은 10.8%, 월마트는 13.2%로 두 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24%였다. CPG마켓은 “아마존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2026년 14.9%로 늘어나면서 월마트(12.7%)와 함께 시장점유율이 27%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선 아마존이 절대적 강자로 올라섰다. 데이터 플랫폼 페이먼트 닷컴(PYMNTS) 분석을 보면, 아마존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14년 28.1%에서 2021년 56.7%로 급성장했다. 미국인 10명 중 6명 가까이 아마존으로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설명이다.
페이먼트 닷컴은 “온라인 시장에서 월마트 비중이 6.2%인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이 얼마나 시장을 장악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를 맞은 2019년부터 2년간 시장점유율이 10% 늘어났다”고 했다.
반면 국내에선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20.1%), 쿠팡(16.5%)이 시장점유율 미국뿐 아니라 이커머스 중국 1위 알리바바(47.1%), 영국 슈퍼마켓 1위 업체 테스코(26.9%) 등 다른 나라에서도 국내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에 속도를 높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국내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점유율이 많이 올라간 상황이지만, 아직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와 ‘살아남기 어려운 자’로 나뉘지 못하고 있고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절대강자 없는 국내 유통시장은 올해 치열한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CJ, 물류업체 등과 연합군을 꾸려 D+1~2일 배송을 보장하는 '도착보장 솔루션'을 런칭해 식품, 생필품 등 분야 제품의 빠른 배송을 시작한 상태다. 네이버는 그동안 물류센터나 배송기사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고 판매자에게 택배를 온전히 맡긴 탓에 소비자 입장에서 배송의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앞으로는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와 협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자의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방법으로 불확실성을 지우겠다는 계획이다. 로켓배송의 쿠팡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유료 멤버십 가입자를 잡기 위한 유통업체의 새로운 서비스들도 대대적으로 런칭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상반기 SSG닷컴(SSG.COM·쓱닷컴), 지마켓글로벌(前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등을 포함한 통합 멤버십을 내놓을 예정이다. 롯데그룹도 올 초부터 매달 3000원 회원비를 내면 최대 5%를 추가 적립하는 롯데멤버스 서비스를 런칭했다.
무제한 새벽·당일 배송이 강점인 쿠팡의 와우 멤버십, 구매 적립률이 높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 전면전이 예고된다.

한편 온라인 쇼핑을 포함한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정부 정책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적용목표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플랫폼 심사지침’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유통업체의 자사상품, 멀티호밍(multi-homing·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행위 등이 규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미국 등 해외 시장과 달리, 국토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고 인구가 밀집된 한국의 유통 경쟁은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변수도 생긴 만큼 앞으로 5~10년 동안에도 미국 같은 ‘절대 강자’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25년부터 영국 오카도의 스마트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롯데 등 유통 신기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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