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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14시간 시위’… 지하철 13대 무정차 통과

입력 : 2023-01-03 06:00:00 수정 : 2023-01-03 07: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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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역서 탑승 시위 재개

교통공사 ‘맞불집회’급 방어전
열차 올때마다 시도… 경찰 저지
역장이 30초마다 퇴거 요청도

전장연 선전전만 유지 방침 속
서울교통公 추가 법적 조치 예고
퇴근길 대혼란에 시민 큰 불편

“지하철 타게 해주세요. 법원 조정안 수용해주세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탑승 저지에 나서면서 충돌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맞불집회’ 성격의 방어전을 펼치고 경찰 수백명이 투입돼 출퇴근길 삼각지역은 아수라장이었고, 결국 오후부터 열차 총 13대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2일 오후 10시 삼각지역 당고개행 4호선의 모습. 경찰이 방패막을 들고 스크린도어 앞에 서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의 탑승을 막고 있다. 조희연 기자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내내 지하철 출근길에서 장애인권리 예산을 요구했음에도 기획재정부와 국회는 전장연이 요구한 증액안의 0.8%(106억8400만원)만 통과시켰다”며 “헌법에 명시된 이동권·노동권·교육권·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모두 부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삼각지역에는 전장연 회원뿐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직원, 경찰, 전장연 시위에 반대하는 장애인 단체, 기자 등 수백명이 몰렸다. 삼각지역 역장은 기자회견장에 마이크를 들고 나와 “역 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등은 철도안전법에 금지돼 있다”며 30초에 한 번꼴로 전장연에 퇴거를 요청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지 말라’는 법원 조정안을 상징하는 ‘5분 시계’를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전장연은 이날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려 했으나 승차를 저지당했다. 최상수 기자

이에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이곳에서 발언할 때 스피커를 썼는데 그때는 아무 말씀 안 하셨다”며 “아무리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송에서 강력 지침을 말했더라도, 저희도 발언할 시간을 달라”고 토로했다.

 

오 시장이 전날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하철을 연착시키게 되면 민·형사적 대응을 모두 동원해 무관용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는 내용이 담긴 법원의 조정안을 이날 거부했다. 조정안에는 전장연이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전장연은 법원 조정안에 따라 1시간 이상 진행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중단하고, 5분 이내로 마칠 수 있는 지하철 선전전만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 회원 2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5분 안에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열차 탑승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방패막을 든 경찰이 스크린도어를 막아서며 탑승하지 못했다. 삼각지역장은 “경고 방송에 불응해 퇴거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일반 시민인지 확인한 후 전장연과 무관한 시민들만 지하철에 탑승하게 했고, 스크린도어 앞에 선 전장연 회원들은 “지하철 타게 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이후에도 전장연 회원들은 스크린도어 앞에서 대기하다가 열차가 올 때마다 탑승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경찰 방패막에 가로막혔다.

 

퇴근길에는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시민들과 전장연 활동가, 경찰 등이 뒤엉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삼각지역을 지나는 당고개행 열차 총 13대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오후 3시 2분 1대를 시작으로 퇴근 시간대인 오후 8시 51분부터 9시 8분까지 5대, 오후 9시 13분부터 오후 10시까지 7대가 삼각지역을 그대로 지나쳤다.

 

이날 시위는 오후 10시15쯤까지 14시간 이상 이어졌다. 전장연은 3일 오전 8시 다시 삼각지역에 집결, 오전 10시30분까지 1박2일 농성을 이어가며 오 시장의 법원 조정 수용을 촉구할 예정이다.

 

2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헌법에 명시된 이동권·노동권·교육권·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며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조희연 기자

전장연과 경찰·서울교통공사 대치가 지속되며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일부 시민들은 “출근길에 무슨 일이냐”며 눈살을 찌푸리거나 “지하철 시위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반면 전장연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삼각지역을 지나가던 김모(55)씨는 “추운 날 고생하시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에 ‘약자에 대해 더 생각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장연에 대한 추가적인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앞서 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2021년 11월 형사고소 2건과 민사소송 1건을 제기했는데, 전장연이 2021년 1월부터 약 2년간 진행한 총 82차례의 지하철 내 시위에 대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장연이 열차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불법행위를 벌인 증거자료도 이미 확보했다고 공사 측은 전했다.

 

경찰은 전장연 회원 24명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남대문경찰서가 총 29명(30건) 중 27명을 조사해 현재까지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나머지 2명 조사도 조만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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