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훼손 혐의' 이재명 측, 지난달 준비서면서 “‘중범죄’ 표현으로 당시 사건 중대범죄였음 인정”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에 변호를 맡았던 친조카의 살인사건으로 아내와 딸을 잃은 공모(73)씨가 최근 담당 재판부에 ‘이재명에게 엄중한 판결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대표는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 지칭했다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족 측으로부터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30일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에 따르면 원고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A4용지 두 페이지 분량의 탄원서에서 “피고 이재명이 16년 전 그 사건을 말한 것 때문에 너무도 지옥 같은 악몽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재명은 사람이 아니고 악마”라며 “(자신의) 친조카가 우리 가족을 몰살시켰으면서 먼 일가 친척의 데이트 폭력 사건이다(라고 말하고) 기자들에게는 변호사라서 변호했지 뭐가 잘못됐냐(며) 그 질문 그만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유족 측이 이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의 변론을 종결하고 내년 1월12일을 판결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이씨는 친조카가 가해자인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했다가 유족에게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이 대표의 조카 김모씨는 2006년 자신과 사귀던 여자친구 A씨가 헤어지자고 한 뒤 만나주지 않자 서울 강동구에 있는 A씨의 집에 찾아가 A씨와 그의 어머니를 수십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김씨의 형사재판 1·2심 변호인을 맡았던 이 대표는 재판에서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을 폈던 것이 대선 과정에서 재조명돼 논란도 불거졌다. 김씨는 1·2심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취하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 대표 측은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원고는 피고가 사용한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은 한때 연인사이였던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특정한 유형의 폭력행위를 축약한 표현”이라고 했다.
준비서면은 “사실 혹은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또한 피고는 ‘중범죄’라고 표현함으로써 당시 피고가 변호했던 사건이 심각한 중대범죄였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명예훼손에서는 해당 표현에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나, 원고가 문제 삼는 2021년 11월24일자 페이스북 글에서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은 원고에 대해 사용된 표현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오히려 피고는 페이스북 글에서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표현했다”면서 “이런 점에 비춰보면 피고에게는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의 고의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이 사건 소제기 이후에도 언론에서는 연인 사이였던 남녀 간의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따라서 연인간의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한 것은 피해자 혹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앞서 언급한 내용과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서면은 “존경하는 재판부께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 주시기 바란다”면서도 “다만, 피고로 인해 처참했던 사건을 다시 떠올려야 했던 원고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유족 측 서면은 “피고 조카의 일가족 연쇄살인 사건을 단순히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사건의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통상적인 ‘데이트 폭력’ 의미 등을 들어 “피고의 표현 목적이나 동기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정치적인 목적과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언급으로 과거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것 자체가 원고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이를 사과한 만큼 미필적 고의 내지 중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서면은 부각했었다. 나아가 기자들 질문에 ‘변호사라서 변호했다’거나 ‘그 질문은 이제 그만합시다’라던 이 대표 대응에 비춰 사과의 진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유족들을 향한 이 대표의 직접 사과가 없었다는 점도 끌어들였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이 변호사도 “피고 조카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원고가 입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고통에 비춰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슬픔 등을 종합할 때, 피고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원고에 손해를 가해 이를 배상할 책임과 원고의 명예를 해하고 정신상 고통을 가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이 명백하다”고 준비서면에서 말했다.
공씨는 탄원서에서 “지금까지도 정식으로 직접적인 사과 한마디 없이 자신은 인권과 정의만 보고 살아왔다, 인권변호사다(라면서), 지금도 매일매일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당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며 “정치인은 고사하고 사람도 아니다”라고 주장도 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는 공씨의 탄원서는 “이재명에게 반드시 엄중한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빈다”는 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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