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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난개발 우려에 어민들 “생존 위협”… 거세진 ‘바람 갈등’ [뉴스 인사이드-해상풍력발전 마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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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24 21:00:00 수정 : 2022-12-25 1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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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전환”… 전국 136곳 인가
文정부 재생에너지 육성따라 사업 급증
유관부처만 3곳… 어장·사업지 94% 겹쳐
어민 “조업침해 민간사업 전면 정비해야”

국회선 풍력발전 촉진법 논의 중
“어업인 의견 수렴절차 불투명” 반발 속
환경성 검증 부실… 난립 지적 목소리도
당국, 뒤늦게 가이드라인 마련·실태조사

지난 15일 충남 태안군 군의회 건물 로비에서는 어민 100명이 농성을 벌였다. 태안에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인 것. 어민들은 “2007년 기름 유출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은 태안 어민들이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면 또다시 생계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태안군은 내년 예산안에 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연구 용역비를 포함하는 등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어민들과의 갈등이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상풍력발전소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어민 갈등은 비단 태안뿐 아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려는 측과 어업 활동 피해를 우려하는 어민들의 마찰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앞바다에는 풍력발전을 위한 초기 단계인 계측기가 185개나 설치된 상태다.

특히 어업활동 보호구역과 풍력발전사업 허가 구역이 95% 가까이 일치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은 이 같은 갈등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냐, 어민 생존권 위협이냐’라는 문제를 놓고 대한민국 바닷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설립 인가 우후죽순… 조업구역·발전구역 중복

문재인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전체 대비 20%(63.8GW)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통해 에너지 믹스 재정립을 천명한 상태다.

2017년 7월 25일 곽병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이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3020 전략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따라 해상풍력 사업도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8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바닷가를 대상으로 136개 해상풍력 사업이 가동 또는 추진 중이다.

세부적으로는 이미 운영 중인 해상풍력발전소가 6곳이며 △공사 중 1곳 △발전사업 취득 65곳 △사업후보지 64곳 등이다. 발전사업을 취득한 65곳의 경우 발전량이 18.7GW에 달하며, 사업비만 약 107조원으로 추산된다. 지역별로는 울산 14곳, 신안 11곳, 영광 10곳, 여수 8곳, 경기·인천 3곳, 부산 2곳 등 전국에 걸쳐 있다.

민간업자를 중심으로 사업이 확장하면서 조업 구역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연안어업의 경우 주요 조업어장과 해상풍력 예정지가 94.1% 중복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풍속 6㎧, 수심 50m 미만을 해상풍력 적지로 보는데, 이들 지역 대부분은 연안어업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업활동 보호구역은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정되고, 풍력발전사업 허가 구역은 ‘전기사업법’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근해어업의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거대 외국 자본 중심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EEZ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시작으로 영해뿐 아니라 국내 최대 어장인 제주 인근에까지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는 해상풍력발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 처리를 논의 중이다. 어민들은 특별법에 어업인 참여 절차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때 “지구별 수협 등 실질적 이해당사자가 민관 협의에 참여,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는 민관협의회 구성·운영에 관한 근거만 제시했을 뿐, 구성 방법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소관인 시행령의 경우 어업인이 제외되고 사업을 찬성하는 기관, 단체, 지역 주민 위주로 협의회가 구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해상풍력 환경성 검토가 부실하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를 해상풍력 초기 단계여서 아직 환경성에 대한 검증 절차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발전소가 난립할 경우 바다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 나선 정부… 어업인 “수산자원 영향 평가 우선”

갈등이 확산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해상풍력발전사업은 3개 부처(산업부·해양수산부·환경부)가 엮여 있는 만큼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지난 12일 해상풍력발전의 난립을 막기 위해 ‘해상풍력 해역이용영향평가 평가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해역이용영향평가제도는 해양개발사업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해양 이용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사업자는 규정에 따라 사업 대상 지역의 해양 환경 현황, 개발사업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 해양 환경 영향 저감 계획 등을 포함한 해역이용영향 평가서를 작성해 해수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전에도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선 해역이용영향 평가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사업자나 조사·분석 업체에 따라 상이한 평가 자료를 제출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해수부는 해양물리·화학, 환경 위해(危害), 해양생태계, 인문·사회의 4개 분야 17개 항목별로 사업 대상 지역의 해양 환경 현황 조사 방법, 사업 전·후 해양 환경 변화 예측 방법, 사업의 해양 환경 영향 저감 방안, 착공 후 해양 환경 영향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산업부도 정비에 나섰다. 산업부는 최근 바다 곳곳에 꽂혀 있는 풍황계측기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풍황계측기는 해당 지역에서 풍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지 풍량과 풍속, 풍향 등을 측정하는 장치다. 전 정부에서 남발된 해상풍력 사업 인허가를 전반적으로 되짚어 보겠다는 의미다.

어업인들은 조업 구역을 침해하는 민간사업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어업인 위주의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어업인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충열 수협 해상풍력대응지원단 반장은 “기존 사업의 입지를 전면 재검토하고 수산자원 영향을 고려한 입지기준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며 “해상풍력발전 초기 단계인 지금은 그나마 매몰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태 조사를 통해 난립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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