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임대차 계약갱신을 요구한 뒤 바뀐 집주인은 실거주를 위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갱신거절 기간 내라면 새 집주인이 이를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0년 신설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요구권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B씨는 2019년 4월∼2021년 4월 C씨 소유의 아파트에 대한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거주했다. B씨는 개정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차 종료 6개월 전인 2020년 10월 C씨에게 임대차계약갱신을 요구했다. 그런데 3개월 전인 7월에 이미 집은 A씨에게 팔렸고 C씨는 A씨 측이 실거주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했다.
A씨는 2020년 10월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B씨를 상대로 아파트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 종료 6개월~2개월 전에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이미 계약갱신을 요구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 새 집주인이 계약갱신거절권을 가지는지가 쟁점이 됐다.
1, 2심은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1심은 B씨에게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날 보증금 반환과 건물 인도를 동시에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B씨가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아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았고 당시 C씨는 자신이 실거주할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후에 발생한 때에도 임대인은 갱신거절 기간 내라면 갱신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인’을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만으로 제한하여 해석하기 어렵고, 구 임대인이 갱신거절 기간 내에서 실거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 그 기간 내에 실거주가 필요한 새로운 임대인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의 양수인도 그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갱신거절 기간 내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거절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다만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이 소멸된 이후에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 또는 갱신거절권이 소멸되기 전에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이라도 갱신거절기간 내에 갱신거절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실거주를 이유로 인도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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