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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한 청정에너지 ‘핵융합 점화’ 첫 성공… 궁금증 Q&A

, 환경팀

입력 : 2022-12-15 06:00:00 수정 : 2022-12-15 15: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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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 만드는 격 … 상용화까진 먼 길”

날씨 관계없이 안정적 발전
美, 10년 이내 상업화 목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난망

‘청정 무한동력’에 가장 가까운 핵융합 발전 실현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핵융합 연구 시설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지난 5일 핵융합 점화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점화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NIF는 2.05MJ(메가줄)을 투입해 3.15MJ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공의 의미와 상용화 가능성 등 핵융합에 대한 궁금증을 황용석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기술총괄 사무차장을 지낸 이경수 박사,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의 설명을 토대로 문답으로 풀어봤다.

 

설비 점검하는 美 연구팀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에 설치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핵융합 연구 시설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미 정부는 13일 NIF에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융합 ‘점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리버모어=로이터연합뉴스

―점화 성공을 ‘무한동력을 얻었다’고 봐도 되나.

 

“점화가 가능해지면 추가로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계속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무한동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NIF가 사용한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든 비비탄 크기의 구슬에 레이저를 쏘는 방식이라 구슬을 재장전할 시간이 필요해 아직 연쇄반응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함께 프랑스에 짓고 있는 ITER는 연속 반응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핵분열을 이용한 원전과는 어떻게 다른가.

 

“핵분열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처럼 무거운 물질이 둘 이상으로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만든다. 핵융합은 정반대로 수소처럼 가벼운 물질의 원자핵이 하나로 합쳐질 때 에너지를 만든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핵융합 반응이다. 온실가스를 뿜거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남기지 않고, 날씨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핵융합 기술이 어려운 이유는.

 

“원자핵은 양(+)의 전하를 띤다. 같은 양의 전하를 하나로 합치려면 태양 중심부처럼 엄청난 고압과 고온이 필요하다. 일종의 인공 태양을 만드는 셈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어렵지만,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핵융합은 성공했지만, 투입된 에너지에 비해 턱없이 적은 에너지를 얻었다. 이번 발표가 의미 있는 건 점화의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상용화 예상 시점은.

 

“그랜홈 장관의 미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0년 안에 상업화하겠다는 목표를 걸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 시점을 내다보긴 어렵다. 현재 공정률이 80%에 이르는 ITER는 완공 후 2035년까지 여러 실험을 거칠 예정이다. 그 후 상용화 시점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핵융합이 상용화되려면 앞으로 몇 번의 관문을 더 넘어야 하는데 우선 투입량 대비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현재 ITER는 10배를 목표로 한다. 핵융합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조건이다. 그리고 발전단가가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 수준은 돼야 시장성이 생기는데, 현재 계산으로는 투입 에너지 대비 30∼50배의 에너지가 나와야 된다고 본다. ITER의 성공 후에도 추가적인 기술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핵융합에 기대기보단 재생에너지 확대 등 지금같은 에너지 전환이 계속 돼야 한다.”

 

―한국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나 되나.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와 ITER의 관계도 궁금하다.

 

“우리는 ITER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세계적인 선도 그룹에 포함됐다고 봐도 된다. ITER는 총 4단계로 구분이 된다. 제일 첫번째 단계는 1억도 이상의 고온과 초고압으로 수소를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 다음 자기장으로 감싸서 가둬두는 것이다. ‘연료를 모아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이 바로 이 업무를 맡고 있다. KSTAR 사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료를 모아서 ITER에 제공하면 여기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게 2단계다. 여기까지는 핵융합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외부에서 공급해줘야 한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가급적 외부로 이동하지 않은 게 좋다. 반감기는 짧지만 그래도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3단계에서는 삼중수소를 핵융합로 안에서 자체적으로 만들게 된다. 리튬을 중성자로 때리면 삼중수소가 나오는데 이 과정을 ITER에 붙이면 외부에서 리튬을 공급해주면 삼중수소는 자급자족하게 된다.

 

이렇게 만든 전기를 실제 생활에 쓰는 게 4단계다. 현재 리튬으로 삼중수소를 만드는 ‘브리딩 블랑켓’(Breeding Blanket)도 연구 중이라 ITER 2단계 실증이 끝나는 2035∼2038년 이후에 바로 브리딩 블랑켓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시기가 핵융합 발전의 중대 변곡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ITER에 맞서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핵융합 스타트업이 나왔다. 빌 게이츠같은 세계적 부호들도 여기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 스타트업은 없는 실정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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