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가혹한 노동으로 수많은 조선인 희생자를 낳았던 하시마(端島) 탄광(일명 군함도)의 실상을 왜곡하려는 일본의 시도가 자국 공영방송 NHK의 1950년대 방송영상 국회 검증 주장으로 재차 이어지는 등 집요함을 더하고 있다.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쇼와(昭和) 30년(1955년) NHK가 방송한 프로그램 ‘녹색없는 섬’과 관련해 자민당 의원 그룹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수호하는 모임’이 13일 회의를 열어 하시마에 살았던 주민들과 의견을 교환했다”며 “영상 속 갱도 장면은 하시마가 아니라는 점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추궁할 방침을 세웠다”고 14일 보도했다.
1955년 11월 17일 NHK에서 방송된 해당 영상은 속옷 차림의 노동자가 곡괭이를 휘두르거나 갱내 천정이 낮아 허리를 구부린 채 작업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일본 우익들은 이 영상이 한국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회의 참가자들은 “영상이 한국의 정치 선전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돼 잘못된 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수용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신문은 “한국의 거짓말을 편드는 듯한 영상때문에 주민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모임 대표 아오먀마 시게하루(青山繁晴) 의원(참의원)의 말을 전하며 “참석 의원들은 NHK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NHK는 자체 조사를 거쳐 지난해 “영상이 하시마 탄광 이외의 곳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하시마 탄광에 대해 일본 정부는 최근 유네스코에 낸 보고서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없었고 가혹한 노동은 강제되지 않았다”는 요지의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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