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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상 개통한 장애인만 6000명… 폰 판매 비양심 극성

입력 : 2022-12-13 19:10:00 수정 : 2022-12-13 22: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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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휴대폰 사기 피해구제 102건 달해

대리점, 의사소통 어려움 악용
최신제품 구매 종용·끼워팔기
한 사람에 21대 개통시키기도

일각 “통신사 책임 의무 부여”
“인지 수준 고려한 서비스 필요”

발달장애인 A씨는 2019년 9월 동네의 휴대폰 대리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휴대폰 약정 기간이 끝나서 최신 휴대폰으로 바꿀 수 있으니 대리점 방문을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사용하던 휴대폰을 팔아주겠다며 대리점 직원은 새 휴대폰을 사도록 설득했고, A씨는 7개의 휴대폰을 만들고 말았다. A씨의 통신요금은 수개월 만에 700만원 정도로 불어났고,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한 A씨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장애인 단체의 도움으로 대리점의 준사기 판결을 받아 냈지만 요금 700만원에 대해선 보상받지 못한 A씨는 공공일자리를 통해 번 돈으로 매달 10만원씩 갚고 있다.

 

A씨처럼 발달장애인들의 휴대폰 개통 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통신사의 책임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소비자 피해구제 상담센터에 접수된 휴대폰 관련 장애인 피해구제 사례는 102건이다. 피해 금액은 구제된 50여건만 해도 2억470만원에 달한다. 특히 3대 이상의 휴대폰을 개통한 장애인만 6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을 속여 필요하지 않은 기기를 끼워 팔거나 고가 휴대폰 여러 대 개통을 종용하는 방식으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발달장애인 한 명에게 21대의 휴대폰을 개통시킨 악질 사례도 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장애인 관련 사기 범죄를 막는 해결책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 통신사가 휴대폰 개통 사기를 막기 위해 보호자와 동행하거나 동의서를 제출해야만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운영해 왔지만,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로 지난해 해당 지침을 철회했다.

전문가와 장애인 단체 사이에선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통신사에도 책임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등이 13일 국회에서 개최한 ‘발달장애인 스마트폰 사기 개통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인 단체는 △발달장애인 통신 서비스 가입 가이드라인 마련 △이해하기 쉬운 설명서·계약서 제작 △장애 인권 교육 등을 요구했다.

 

박현철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소장은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에 대해 처벌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휴대폰 개통을 포함한 계약 체결 및 변경 과정에서 원활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정비하고 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남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교수는 “발달장애인이 피해를 본 후 구제받으려 해도 현행법상 계약 과정에서 형식적인 동의 관련 서류를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라 판매자의 속임수나 강요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발달장애인의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발달장애인 등 소비자의 상황·인지 수준을 고려해 필요한 서비스를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권유하는 행위를 막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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