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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순간입니다”… 아이돌 콘서트 방불케 한 임윤찬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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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11 11:33:04 수정 : 2022-12-11 15:20:33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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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석까지 전석 청중 가득 메워
천재성 확인해준 무대

“특별한 순간입니다.”(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음악을 해석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데다 섬세하고 기교도 뛰어난 것 같아요.”(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

 

미국 밴 클라이번 역대 최연소 콩쿠르 우승을 기념해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독주회 현장. 목프로덕션 제공

지난 6월 국내·외 클래식계를 흥분시켰던 미국 밴 클라이번 역대 최연소 콩쿠르 우승을 기념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18) 독주회가 열린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부 공연이 끝난 후 중간 휴식 시간에 ‘어떻게 봤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손 교수와 장 사장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 교수는 임윤찬을 키워낸 스승이고, 장 사장 역시 피아니스트로서 직전까지 서울대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두 전문가 찬사에선 놀라움과 대견함이 가득 묻어날 만큼 임윤찬 연주는 훌륭했다. 르네상스 시대 영국 작곡가 올랜도 기번스(1583∼1625)의 ‘솔즈베리 경의 파반느와 갈리아드’로 예열한 뒤 바흐(1685∼1750, 독일)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로 1부 무대를 달궜다.

 

1∼3층 객석과 무대를 감싼 합창석까지 전석(약 2500석)을 가득 메운 청중이 숨죽이며 몰입하도록 흡입력 있는 음악을 들려줬다. 1부는 자신이 평소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스승 손 교수와 함께 꼽는 전설적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 캐나다)를 떠올리게 했다. 기번스와 바흐는 글렌 굴드가 가장 사랑한 작곡가들이다. 임윤찬은 ‘신포니아’ 15곡도 원래 순서 대신 글렌 굴드가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재배치한 순서대로 연주했다. 서로 조성이 다른 곡을 하나로 잇고, 곡 분위기가 달라질 땐 잠깐 호흡을 가다듬는 등 자신이 “바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담았다고 느껴지는 곡”(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이라고 해석한 세계를 펼쳐 보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목프로덕션 제공

2부에선 프란츠 리스트(1811∼1886, 헝가리) 작품 ‘두 개의 전설’과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을 연주하며 무대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두 개의 전설’은 리스트가 화려한 젊은 날을 뒤로 하고 종교에 귀의해 지은 곡으로 성 프란체스코라는 성인의 일대기가 담겼다. 그만큼 때론 섬세하고 묵직하며 드라마틱한 악상 변화가 많은 곡인데 임윤찬은 거뜬히 모든 정서를 표현했다. 압권은 마지막을 장식한 ‘단테를 읽고’였다. 이 곡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두 번째 해 ‘이탈리아’ 전곡(7개) 중 제7곡이다.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단테의 ‘신곡’에 묘사된 분노와 고통, 구원의 희망 등이 담긴 명곡으로 연주하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이날 임윤찬을 통해 환하게 빛난 동시에 10대 피아니스트의 천재성을 재확인해준 곡이 됐다. 난해한 고전인 ‘신곡’을 이미 여러 차례 읽은 것으로 알려진 임윤찬은 작가(단테)와 작곡가(리스트)의 의중을 간파한 듯 심오하면서도 변화무쌍한 감정을 온전히 음악에 실어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콩쿠르 우승 기념 독주회임에도 콩쿠르 당시 연주했던 곡들과 다른 레퍼토리로 최상의 연주를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그가 두 손을 건반에서 내려놓자마자 객석은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마치 아이돌 스타 콘서트장을 보는 듯했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임윤찬은 차분한 앙코르곡을 골랐다. 바흐 ‘시칠리아노’와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를 연달아 들려줬지만 허사였다. 더 큰 갈채가 쏟아졌다. 머쓱한 듯 수줍은 웃음을 짓고 사라지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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