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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총통(細銃筒)’. 600년 전인 세종 14년에 개발된 쇠 화살 기병 돌격무기로 보물 제854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총통을 시험하니 지니기와 쏘기에 모두 편리하였다”고 나와 있다. 기병들이 미리 화약을 넣고 30여개씩 휴대하며 말 위에서 교전 때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다고 한다. 사거리가 약 200보(250m)로 근거리에서 무서운 살상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1430년대 최윤덕 장군이 여진을 정벌할 때 이 병기를 사용했는데 여진족들은 전의를 잃고 도망가기에 바빴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권총이라 할 만하다.

임진왜란 때 개발된 비격진천뢰도 혁신적 무기로 꼽힌다. 진천뢰는 500∼600보 떨어진 적진에 날아가 땅에 떨어져 한참 있으면 화약과 함께 철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일종의 산탄폭탄인데 서양보다 2세기가량 앞선다. 진주대첩과 2차 진주성 전투 등에서 사용됐으며 왜군들이 이 무기를 가장 무서워했다. 무(武)를 천시하는 유교가 지배이념이었던 조선시대에 보여준 무기 개발 역량이 이 정도다.

이제서야 그 잠재력이 발현되는 걸까.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어제 발간한 ‘2022 세계방산시장연감’에 따르면 2017∼2021년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8위였고 성장률이 177%로 1위였다. 올해 국내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와 2030년 초중반까지 120억달러(약 15조6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공급하기로 계약했고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계약물량도 6조원대에 이른다. 외신에선 한국이 방산의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6일 ‘한국산 명품무기’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첫 수출물량이 계약 4개월 만에 폴란드에 상륙했는데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인수행사장까지 달려갔다. 두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신속한 인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신속한 공급과 뛰어난 가성비가 K방산 경쟁력의 비결이다. 예컨대 K9은 선진국과 성능에서 별 차이 없는데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현 한미협회장)은 “적정 수준의 제품을 제때 보낼 수 있는 제조능력과 공정관리가 세계 최고”라고 했다. 머지않아 K방산이 세계 4강 신화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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