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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맞추는 평준, 평등과 혼동
인류 발전 이끌어 온 것은 분산
과학기술 본질은 ‘다름·새로움’
평준화의 객체가 돼선 안 돼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연구방법론을 가르칠 때 처음 소개하는 개념이 평균과 분산이다. 이는 전제 집단의 특징을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기본 지표인데, 평균은 전체 값들의 중간 정도 되는 양을 나타내는 대표 값이며, 분산은 개별 값들이 평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정도를 대략적으로 나타내는 값이다. 그래서 이 두 대표 값을 알 수 있으면 대략 값들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 자주 듣는 비슷한 개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평준이다. 고교 평준화처럼 말이다. 여기서 평준은 평균에 맞추는 행위이며 산업시대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개념이다. 기성복을 살 때 우리가 정해진 사이즈를 고르듯 옷이 우리 몸에 맞게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맞는 옷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평준은 공급자에게 편한 개념이다. 하나 또는 몇 개의 집단으로 전체를 한정하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하고 공급해야 할 재화나 서비스도 하나 또는 몇 개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 과학기술정책학

대량생산 시대에 평준이 용이한 개념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은 평준이 아니라 분산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했던 혁신가들, 평균과 다르다고 지탄받았던 사람들, 전례 없던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온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역사적 진보, 즉 혁신의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던 것이다. 인류가 천연두로 고통받지 않는 것은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18세기 후반 우두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너가 처음 우두법을 개발했을 때 대중은 물론 학계의 반응도 차가웠다. 기존 방식과 달리 동물에서 채취한 고름을 사람의 몸에 주입한다는 이유로 종교계는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라 비난했으며 의료계도 정확도와 신뢰도가 낮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나 결국 제너의 생각은 옳았고 인류는 천연두의 고통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혁신기업가들은 어떠한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인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늘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혁신가이자 괴짜이다.

제너나 잡스 같은 사람은 평균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즉 높은 분산 값을 가지는 집단의 이상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이 기술 패권국가로 인정받는 이유는 이상치에 속하는 사람들의 도전 정신을 높게 사는 ‘프런티어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런 이상치들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되는 노벨상은 단순히 유명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 아니다.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적 발견을 세계 최초로 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며, 유명한 학술지 ‘네이처’도 새로운 발견을 한 연구를 소개하는 ‘발견 학술지’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평등”이라고 말했다. 평등과 평균, 평준이 비슷한 개념인 것 같지만, 평등을 평준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평균에 맞추는 평준이 얼핏 보면 올바르게 보일지 몰라도 “개인의 다름”을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며 하향 평준화의 덫에 걸릴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때로는 정치적 이유로, 현실적 이유로 평균에 맞추는 평준화를 추구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프런티어 정신을 통해 전체적인 평균 값을 높일 수 있는 발전 지향적 정책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수월성과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는 과학기술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평준이라고 하는 강제적인 평균화가 아닌 다양성과 수월성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많은 개도국이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학기술정책이 과학기술자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투명한 예산 집행도 중요하고, 사회적 책무도 중요하며, 공정한 선정과 평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학기술정책의 본질은 다름과 새로움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이 평준화의 객체가 돼서는 안 된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 과학기술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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