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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다이어트’ 버거운데 세계 최대 석유화학 시설 유치 논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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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6 07:00:00 수정 : 2022-12-07 08: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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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탄소중립 엇박자

사우디 빈 살만, 에쓰오일 사실상 대주주
11월 방한 때 맞춰 최종투자결정 의결
9조원 들여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2026년 완공 땐 석화제품 연 320만t 생산
막대한 탄소 배출·에너지 소모 결과 초래

해외 기업 탄소중립 목표 달성 검증 활발
ESG 무신경한 기업에 대해 주주들 반기
국내 탄소저감 관련 기술 아직 초기 단계
정부·국회·산업계 따로 노는 것도 문제점
“탄소배출 검증 노력 없이 건설 환영 잘못”

전세계적으로 온난화 등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 인식이 커짐에 따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탄소 순배출 0) 실현을 위한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파리협정의 목표(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를 달성하기 위한 각국의 실질적인 이행 노력이 강조됐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게 동참할 것을 약속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발생량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된 탄소발생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걸었다. 매년 4% 수준의 감축을 해야 2030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탄소 다이어트’는 단순히 산술적인 차원으로 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신체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조절은 물론 운동 병행 및 생활습관 전반의 개선 등이 수반되는 것처럼 전산업의 체질 개선과 같은 거시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시설이 국내에 들어선다. 탄소중립 목표 실현에 타격이 예상되는 점도 문제지만, 이와 관련한 우려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목된다.

 

◆경제효과에만 매몰된 세계 최대 규모 스팀크래커 유치

 

5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 시기에 맞춰 이사회를 열고 샤힌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을 의결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은 70억달러(약 9조원)를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스팀 크래커 등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한다. 핵심 설비인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2026년 이 설비가 완공되면 연간 최대 320만t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등 경제난이 가중되는 시기에 이뤄진 대규모 수주라는 점에서 각종 경제효과 선전에 열을 올렸다. 설비의 건설 기간에 하루 최대 1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3조원 이상의 지역 건설업계 활성화 등 다양한 수치들이 뒷받침되며 1970년대 건설업 주도로 일으킨 ‘중동 특수’에 필적하는 대규모 해외 사업 수주에 대한 기대로 확산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이 시설은 막대한 에너지 소모 및 탄소 배출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글로벌 논문 데이터베이스 사이언스다이렉트에 제출된 각종 보고서 및 논문에 따르면 스팀크래커는 글로벌 화학산업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8~10%가량을 소모한다. 또, 글로벌 화학학회 및 산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스팀크래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3억t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이번에 조성하는 스팀 크래커를 통해 연간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부타디엔 20만t △벤젠 28만t 등의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또 플라스틱 등 합성 소재의 원료인 폴리에틸렌(LLDPE 88만t, HDPE 44만t) 등을 생산하는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시설도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석유 소비와 탄소 발생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 에쓰오일 또한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이번 시설 건설로 인해 탄소 발생이 절대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쓰오일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882만3000t에서 2019년 960만3000t, 2020년 957만9000t, 2021년 1003만6000t 등으로 이미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에쓰오일은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각종 신기술도 내세우고 있다. 스팀 크래커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재활용하는 자가발전 설비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탄소배출량 또한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가 국내에 들어선다는 점과 아직 탄소 저감 등과 관련한 기술이 초기 단계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탄소중립 실현 촉구 목소리 거세… 검증 노력도

 

해외에서는 학계와 언론,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부는 물론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을 검증하고 실질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이다. 2013년까지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이던 엑손모빌은 2020년 9월 기준으로 시총이 당시 1위 애플의 12분의 1수준인 1600억달러로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2020년 8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92년 만에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은 엑손모빌의 이같은 추락과 관련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매우 늦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에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하도록 요구했지만, 엑손모빌은 거부했다. 결국 엑손모빌 주식의 단 0.02%를 보유했던 엔진넘버원은 이사회 교체를 요구해 전체 12명 중 3명을 자신들이 지명한 이사로 앉히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록과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릿, ISS 등 대주주를 비롯한 다수 투자자의 지원사격이 있었다. 탄소중립을 비롯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가치에 제대로 신경쓰지 않는 기업에 대해 주주들이 반기를 드는 상황이 현실화한 셈이었다.

 

‘지구의 친구들’ 네덜란드 지부 등 7개 환경단체와 1만7000명의 시민은 2018년 네덜란드·영국 합작으로 탄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이 화석연료를 개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열더치셸의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촉구도 함께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해 5월 로열더치쉘에 2030년까지 2019년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 정부가 아닌 기업의 감축 책임을 묻는 첫 사례였다.

 

사우디가 에쓰오일을 통해 국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 것과 달리 자국 내에서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네옴시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자 2017년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사우디 비전 2030)라는 점 위주로 전해지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가 수십년간 각종 로비와 연구비 지원, 외교력 행사 등을 통해 세계 경제의 석유 의존을 연장하고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막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과 관련 연구소를 세우고 전기자동차 보급을 늘리는 등의 자국 내 노력이 실제로는 자국 내 석유 소비를 줄이면서 해외 석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전세계 석유 생산의 10분의 1을 담당하는 아람코가 자동차 배기가스를 비롯해 석유 시추 과정에서의 CCUS 등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석유를 소비해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한 감축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달 이집트 COP27에서도 석유 소비 감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은 탓에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화석연료 감축을 요구하는 내용이 빠진 점도 추궁했다.

 

해외 언론 및 환경단체들은 CCUS 등 관련 신기술 자체에 대한 검증작업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특히 전력 소모가 큰 대표적인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IT기업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내세운 탄소 저감 목표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이 아직 존재하지(성숙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CCUS 기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CCUS 기술에 대해 탈탄소 및 청정수소 생산 등 탄소중립의 달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수단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분명하다. 이 기술을 대규모로 상용화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되지만, 이로 인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축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방사능과 같이 포집된 탄소를 운송·저장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진윤정 수석연구원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CCUS의 역할은 결국 지역·국가별 최적의 감축 수단 조합 측면에서 기여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의 문제”라며 “향후 정부와 산업계가 이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기술의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 유용성과 한계를 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국회·산업계 따로 노는 한국

 

파리협정에 따라 195개국이 자체 NDC를 설정, 5년 주기로 보고하는 것에 발맞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 2030년 NDC 목표도 기존 26.3%에서 40%로 대폭 상향했다. 하지만 이런 명시적 선언과 달리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제대로 뒤따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국회, 산업계 등이 합심하지 못한 채 제각각인 것도 대표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산업계에서는 대기업과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선언이 잇따르고 관련 노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는 등 혼선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에쓰오일의 사례처럼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 발생 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급격한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국회 차원의 노력도 병행돼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금융위원회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정을 추진 중인 ESG 공시 표준을 그대로 받아들여 단순 가이드라인 차원이 아닌, 처벌 기준으로 삼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회계기준원이 업무 영역을 확장해 한국ESG기준원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법적 정당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산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채 ESG 공시를 강화하거나 시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법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새 ESG 공시 표준이 적용되고, NDC 검증의 시기가 다가올수록 중소기업 및 기존 산업의 위기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할 경우 준비 과정에서만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연간 4000만원 이상 늘 것으로 추산된다. 대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환 비용 및 ESG 성과 도출 등과 관련한 비용은 별도다.

 

제조업 등 기존산업일수록 보험료도 증가한다. 코리안리재보험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내년 1월부터 국내외 석탄 채굴 및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투자 및 임의 재보험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보험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면 재보험과 원수보험 등 전반적으로 보험 공급이 줄어들어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기업의 보험료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ESG 관련 투자의 확대로 투자가 줄어드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타격이 가해지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계의 한 관계자는 “스팀 크래커는 막대한 에너지 소모 및 탄소 배출 탓에 웬만한 선진국에는 신규 시설 입점 자체가 불가능한 시설”이라며 “이에 대한 검증 등 다른 측면의 노력이 전무한 채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로 진행된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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