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한국 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은 진한 감동과 더불어 각종 화제를 낳았다.
먼저 역대 최초 아시아 3개국의 16강 진출이란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더욱 강력해진 ‘아시아 파워’를 선보였다. 4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과 호주, 일본이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했다”면서 “월드컵 사상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3개 팀이 16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격파하고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앞서 호주는 D조 2위로 16년만에 16강에 올랐고, 일본은 스페인을 꺽고 ‘죽음의 조’로 불린 E조 1위를 달성했다. 종전 아시아 국가의 단일 월드컵 최다 16강 진출은 2개국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올랐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도 역시 한국과 일본이 16강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가나의 복수혈전’도 화제다. 한국팀 16강 진출의 조력자 중 하나는 다름아닌 같은 조의 가나였다. 가나는 3일 우루과이와의 H조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까지 0-2로 끌려가 사실상 16강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지만, 조별리그 통과에 딱 1골이 더 필요했던 우루과이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가나 수비수 대니얼 아마티는 경기 후 “경기 중 우루과이가 1골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동료들에게 ‘우리가 16강에 갈 수 없다면, 우루과이도 못 가게 막자’고 이야기했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가나는 우루과이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우루과이의 발목을 잡으며 ‘수아레스 핸드볼 사건’에 대한 복수를 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때는 12년 전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 우루과이 대 가나전.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양 팀이 1-1로 맞선 연장전에서 가나 도미니카 아디이아의 헤더를 마치 골키퍼처럼 쳐냈다. 수아레스가 퇴장당한 가운데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이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결국 우루과이는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올랐다.
한 가나 팬은 영국 스포츠매체 토크 스포츠와 영상 인터뷰에서 한껏 웃으며 “수아레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발 이제 은퇴하자. 가나도 16강에 못 갔지만, 우루과이를 떨어뜨려서 무척 기쁘다”면서 “(우루과이를 제친) 한국과 포르투갈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에서 저조한 경기력을 보인 포르투칼 ‘최고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 ‘날강두’(날강도+호날두)에서 ‘한반두’(한반도+호날두)’, ‘한국팀 12번째 정규 멤버’로 재평가되며 각종 ‘밈’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호날두는 2019년 유벤투스 소속 당시 K리그 올스타와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으나 단 1분도 뛰지 않고 벤치에만 앉아있다 돌아갔다. 호날두의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은 국내 축구 팬은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그날 이후 호날두는 국내에서 날강두란 별명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호날두는 이번 경기에서 ‘등 어시스트’, ‘골문 앞 헤딩 수비’ 등의 맹활약을 펼치면서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이 1점 뒤지고 있던 전반 27분경, 이강인이 왼발로 찬 코너킥이 포르투갈 골문으로 향했다. 공이 떨어진 곳은 호날두의 등이었다. 호날두의 등을 타고 미끄러진 공을 김영권이 밀어 넣었고 이는 한국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호날두는 이어 전반 42분 한국 골대 앞에 정확히 떨어진 공을 헤딩으로 멀리 걷어내기까지 했다. 하마터면 16강이 좌절될 뻔한 순간이었다. 호날두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던듯 동료를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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