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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전문 세계적 소프라노 레즈네바 "한국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생일 앞두고 내한 공연 뜻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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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3 06:00:00 수정 : 2022-12-02 21:25:55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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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예요. 올봄에 통영(국제음악제)을 찾았을 땐 왠지 모르게 더 벅차오르고 감성적이었어요. 통영 바닷가의 향기나 바람, 어린 시절 (살았던) 사할린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죠. (전쟁으로) 상황이 어렵고 가족들과 떨어져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선지 감정을 자극했죠.”

 

3∼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화클래식’ 무대에 오르는 러시아 출신 세계적인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33)에게 한국은 애정하는 나라다. 고려인(한국인)이 많이 살았던 사할린에서 태어나 7살 때까지 자란 것과 무관치 않다. 2013년 바흐 해석 전문 헬무트 릴링과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의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10회째를 맞는 한화클래식은 바로크·고(古)음악 전문 음악회로 올해는 레즈네바와 이탈리아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선다.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한화클래식 제공

공연을 앞두고 2일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한 레즈네바는 “생일(5일)을 앞두고 두 번의 콘서트를 하게 돼 뜻 깊다. 한국은 올 때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사람들에게 감동 받는다. 고향(사할린)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워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다”며 “한국 무대에서 음악을 나누는 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인 부모의 연구지였던 사할린에서 태어났고, 음악 재능을 살리려 7살 때 모스크바로 떠나기 전까지 살았다. “지금까지 생생할 정도로 재미있는 추억이 많아요.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기억들입니다. 저와 부모님 모두 한국인 친구들이 있어서 자연스레 한국 문화를 접했죠. 당시 시장에 가면 90%가 한국인이어서 매운 김치와 반찬, 생선 등을 구입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생선을 끓여 먹을 때 머리도 안 버리고 끓여먹은 게 생생해요.”(웃음)

 

클래식음악 애호가인 부모를 통해 다섯 살 때부터 노래와 피아노를 배운 레즈네바는 일곱 살에 명문 모스크바 음악원에 들어가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했다. 열일곱 살이던 200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엘레나 오브라초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09년 헬싱키 미리암 헬린 국제 성악 콩쿠르, 이듬해 파리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서 연달아 최연소 1위를 차지하며 성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세계적인 바로크 음악 해석가인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조반니 안토니니에게 발탁됐고, 그해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클래식 브릿 어워드’에서 로시니 오페라 ‘호수의 여인’ 아리아 ‘제가 만일 아버지를 잃으면’을 불러 극찬을 받았다. 

 

이준형 음악칼럼니스트는 “레즈네바는 가볍고 섬세한 바로크 가창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넓은 공연장을 채워야 하는 우리 시대 가수들의 능력도 겸비한 뛰어난 성악가”라고 말했다. 음역대가 넓어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아리아를 동시에 소화하는 레즈네바는 상드린 피오, 베로니크 장, 체칠리아 바르톨리 등 1990년대부터 고음악계를 주도한 여가수들의 계승자로도 불린다. 

 

그는 특히 바흐, 헨델, 비발디 등 바로크 작곡가와 모차르트, 로시니 오페라에 탁월하단 평가를 받는다. 이 중 바흐 음악에 매료돼 바로크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어렸을 때 성악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듣게 된 음반 속 바흐의 성악곡에 푹 빠졌다는 것. “바흐 곡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지금 바로크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마음 속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곡가입니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한화클래식 제공

레즈네바는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헨델, 비발디, 그라운, 포르포라 등 바로크 시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들이 쓴 소프라노 아리아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레즈네는 “애정이 큰 곡들이다. 바로크 음악을 대중들이 한번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마음이 열려 있다면,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가슴을 울릴 것”이라면서 바로크 음악의 매력으로 재즈처럼 연주자에게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준다는 점을 꼽았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바로크 음악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1997년 창단된 이후 이탈리아 바로크 연주를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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