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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이웃 안 돼”… ‘폭탄 돌리기’ 된 출소자 거주 문제

입력 : 2022-12-02 06:00:00 수정 : 2022-12-02 08: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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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안산 이삿집 계약 취소
10명 연쇄 성폭행 ‘악명’ 박병화
화성에 터전 잡자 주민들 반발

출소자들 거주·이전 제한 불가능
주민들은 “재범 우려”… 갈등 반복
“갱생시설 입소 등 법적 대안 시급”

최근 언론에 실명이 공개된 성범죄자들의 거주지 문제가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법상 형기를 마치고 나온 이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 보니 지역 주민들 간에 ‘폭탄 돌리기’식의 입주 반대 집회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흉악범들이 출소할 때마다 이 같은 논쟁과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와 국회의 묘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갱생보호시설을 적극 활용하거나 성범죄자들의 생활반경에 제약을 가하는 등의 조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범죄자의 거주를 제약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4조에 모든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국가에서 내린 형벌을 마친 이들에게 이를 제한할 순 없다.

다만 재범 가능성이 여타 범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성범죄자들이 최근 출소하거나 기존 거주지 계약 만료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역 커뮤니티 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아동성범죄 등 전과 18범인 조두순(70)은 2020년 12월 출소해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월셋집에서 거주하다 최근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다. 아내 오모씨가 와동 인근의 선부동 다세대주택에 월세 임대차 계약을 맺었지만,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조두순의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은 해당 다세대주택 계단 입구를 쇠창살로 막고, 짐을 가득 실은 1t짜리 화물차로 주택 입구를 막기도 했다.

아동성범죄 등 전과 18범인 조두순. 연합뉴스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아 옥살이한 뒤 지난달 만기 출소해 경기 화성에 사는 박병화(39)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병화가 출소 후 화성 봉담읍의 대학가 원룸에 입주하자 화성시민들은 ‘박병화 화성 퇴출 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박병화 퇴출 운동을 펼치고 있다. 비대위는 최근 열린 집회에서 “박병화가 떠날 때까지 말 그대로 ‘전쟁’을 선포한다”며 “아이들과 학생들이 평화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국 성범죄자 수만 32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 및 주민들 간 반목 방지를 위해 정부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제시되는 대안으로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같은 갱생시설의 활용이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들이 출소하면 갱생시설에 입소하도록 하고, 야간에는 외출을 제한하는 등 기관이 이들을 관리해 민간과 일차적으로 격리하는 방법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지역사회에서는 (성범죄자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부가 뒷짐 진 채 가만히 있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갱생시설에 성범죄자들을 입소시키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여기서 이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연쇄성폭행범 박병화가 기습전입한 소식이 알려진 뒤 매일 퇴거촉구 집회가 진행되 온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 모습. 뉴시스

성범죄자가 자유롭게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되 생활반경을 제약하고 이를 어길 시 구금 등을 하도록 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예를 들어 ‘학교 1㎞ 내 접근 금지’ 등의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기면 구금 등을 하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명령을 어기면 자유가 박탈되기에 성범죄자들의 재활 의지도 북돋울 수 있다”고 했다.

죄질이 나쁜 성범죄에 대해선 유기형의 상한을 올릴 필요성도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범죄 유기형의 상한을 현행 30년에서 50년으로 올리면 경합가중 시 75년형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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