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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본 드라마는 ‘가을동화’라고 한다. 극 중 주인공인 송혜교의 대사 중에 “오빠, 나 참 좋아요. 오빠한테 잘 자란 말 할 수 있어서”라는 게 있다. 북한에서 부부 사이에 한동안 유행하며, 남편이 오빠로 불렸다. 장마당을 통해 몰래 유통된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북한 젊은 세대 말투가 변한 것이다. 북한 당국이 한류를 체제 유지의 걸림돌로 판단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후 오빠를 비롯한 한국식 말투 사용은 엄중 단속 대상이었다.

2020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전원회의에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됐다. 이 법은 외부 영상이나 책자 등의 반입·소지·배포는 물론이고, 남한풍 행동이나 말투까지도 단속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을 어긴 이들은 기존 북한 형법에 언급된 형량에 비해 1, 2단계 더 높여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심지어 정치범수용소 수감은 물론이고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북한이 2030 여성을 상대로 꽉 끼는 청바지와 염색 등을 금하는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얼마 전 나왔다.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북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은 해외 복장과 헤어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을 반사회주의적 관행이자 자본주의적 행위로 규정했다. 이 역시 “단속을 위반하면 가혹한 처벌이 뒤따른다”고 매체는 전했다.

지난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주민들에게 한국식 이름 금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북한에서는 충성과 일심 단결, 효 등의 의미를 담은 ‘일심·충심·효성·충성’ 같은 이름이 성행했다. 소련 붕괴 이후 체제 위기에 직면하자 총폭탄, 결사옹위에서 따온 ‘총일·폭일·탄일’ 등 이름을 장려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한류를 자주 접한 주민들 사이에서 자녀들에게 ‘아리·소라·수미·가희’ 등 여성스럽고 부르기 쉬운 한국식 이름을 지어주는 풍조가 확산되자 통제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신형 화성-17형 미사일 발사 현장과 기념식에 열 살짜리 둘째 딸을 대동했다. 딸 이름은 김주애로 알려졌다. ‘존귀하신 자제분’은 한국식 이름 단속에서도 예외인 모양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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