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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기업위기 극복, 여야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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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9 23:00:24 수정 : 2022-11-29 23: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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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3高’ 직격에 경영 큰 충격
2023년 상장률 전망치 하향 불구
정부·정치권 충돌에 대책 미비
경제 살리기에 상호 협력 절실

“김 부장, 경기(景氣)가 이상해요. 아울렛은 좀처럼 불황을 타지 않는 업종인데 올 들어 찬바람이 쌩쌩 불어요.”(A아울렛 대표)

“경기가 안 좋을 때 오히려 (아울렛은) 매출이 좋은 거 아닌가요.”(기자)

“그동안 그랬죠. 그런데 이번에는 달라요. 최근엔 거래처의 부도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요.”(A아울렛 대표)

“올해보다는 내년 경기가 더 안 좋다고 하는데 큰일이네요.”(기자)

“그러게 말입니다. 금리는 치솟고 환율은 뛰니 모두가 죽을 지경입니다.”(A아울렛 대표)

국내에서 규모가 꽤 큰 A아울렛을 운영하는 대표가 최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김기환 산업부장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와 금융위기 등 경제가 어려울 때 오히려 성장을 했다는 그는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처음 겪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물연대 파업까지 벌어져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거래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A아울렛 대표와 같은 심경인 기업인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로 원자재와 인건비, 자금 조달 비용 등 각종 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국내 코스피 상장사 601곳 중 153곳(25.5)이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기업 153개 중 85개는 2분기부터 적자 상태가 이어진 기업이고, 68개 기업은 3분기에 새로 적자에 빠졌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매출은 크게 늘지 않는데 비용 부담은 커지니 당연한 결과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6.3에서 3.8로 뚝 떨어졌다. 1000원어치를 팔았을 때 1년 전엔 손에 쥔 돈이 63원이었다면, 올 3분기엔 같은 매출을 올려도 38원밖에 못 남긴 셈이다.

문제는 금리 급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는 연말과 내년이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내려 잡았다. 한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 1.8보다도 낮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금융연구원(1.7%) 역시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은 우리에겐 낯선 수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을 제외하고는 기록한 적이 없다. 내년 한국경제가 과거 대형 글로벌 위기를 맞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암울하다는 얘기다.

윤석열정부는 수출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첫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앞으로 직접 수출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무역투자진흥회의 이후 6년 만에 이뤄진 대통령 주재 수출 회의다. 대통령 말대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위기 때마다 기댈 곳은 수출이었다.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제품 등 ‘수출 효자’ 품목이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매달 기록을 경신하는 무역적자 통계가 보여주듯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 구도로 우리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수로 뛰어야 할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도 여전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정부는 규제 기관이 아니라 기업을 돕는 조직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만 기업들의 체감도는 낮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지원을 위해 정부·여당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예산 등 산업통상자원부가 편성한 원전산업수출기반 구축 예산도 야당 반발에 절반가량 삭감될 처지다. 이렇게 정부와 국회, 기업 간 손발이 맞지 않는데 어떻게 수출 전선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겠나 싶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기업이 죽고 사는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첫 수출전략회의에서 한 말이다. 요즘 기업인들 심정이 딱 이럴 것이다.


김기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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