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잠시 고통스러워하다 다시 잠들어
경찰 “사람이 고의로 뛰어든 것 아니면 운전자가 가해자”…보험사도 “주취자 과실 40% 넘기 힘들어”
한문철 변호사 “조사관이라도 못봤을 것”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회전형 출구에서 자고 있던 주취자의 발이 차량에 깔리자 경찰과 보험사는 운전자가 가해자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7일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여기에 사람이 누워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경찰은 차가 가해자라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 A씨의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9월11일 오전 9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나서고 있었다.
주차장 출구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좌측 방향으로 진행되는 회전형 구조였다.
지상으로 향하던 A씨는 갑자기 차가 무언가를 역과하며 덜컹거리는 것을 느끼고 멈춰섰다.
그가 확인해보니 출구 좌측 구석에 누군가 술에 취한 채 자고 있던 중 A씨의 차 뒷바퀴에 발이 밟힌 것이었다.
이 주취자는 잠시 고통스러워했으나 만취 상태인 듯 다시 잠이 들었다.
A씨는 사고 발생 1분만에 119 구급대에 신고했고, 약 7분 뒤 구급대원과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다.
주취자에게 응급조치를 실시한 구급대원은 육안상 골절상은 아닌것 같다고 전했다.
이 주취자는 이후 부축을 받아 걸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A씨에 따르면, 보험사에서는 손해보험협회에서 발간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의 규정 및 사고 발생 시점이 야간이 아니라는 것을 근거로 주취자의 과실이 40%를 넘기기 힘들다고 전했다. 경찰 역시 대인사고 상황에서 사람이 차가 있는 곳에 고의로 뛰어들지 않는 한 운전자가 가해자라고 밝혔다.
A씨는 “내게 과실이 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운전자의 과실이 정말 있는 것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한문철 변호사는 A씨에게 사고 발생 지점에 장애물을 놓고 동일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A씨는 주취자가 누워있던 장소에 박스를 놓고 실험을 했다.
A씨는 “자차인 K9 차량은 보닛의 높이가 1m다. 보닛 및 운전석 높이, 사이드 미러 등의 영향에 따른 사각지대가 생겨 박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빌트인캠(내장형 블랙박스)을 통해서나 사이드 미러를 접고 고개를 창 밖으로 내민다면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회전을 하는 상황에서 저 주취자가 보였을까”라며 “사고 조사관이라도 (주취자를) 못봤을 것이다. 운전자 잘못은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운전자 과실이라고 생각하는 조사관들이 많다”라며 “만약 부상 부위가 발이 아니라 머리여서 주취자가 중상을 당했거나 사망했다면 어땠겠느냐. 검찰은 ‘고개 돌려서 전방 확인했어야 했다’면서 기소했을 것이다. 답답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영상에 시청자들은 28일 오전 10시 기준 684개의 댓글을 달며 주취자와 현행법을 성토했다.
시청자들은 “지하 주차장 출구에서 자는 사람을 어떻게 보냐”, “잘못은 없지만 과실은 있다는 법이 진짜 문제”, “저 취객은 운전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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