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유족 요구, 검증 대상으로 취급. 피해자 중심적 접근 아닌 일방적 조치” 지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상대로 한 원스톱 통합지원센터의 유가족협의회 관련 설문조사가 유가족의 요구를 ‘검증 대상’으로 취급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 지원 TF(태스크포스)’는 24일 입장을 내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가 22일 기자회견 이후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며 “이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일방적이고 행정편의적인 조치로서 부당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에 따르면 원스톱 통합지원센터 등은 유가족들에게 전화 또는 문자를 통해 ‘유가족 30여분이 요청한 유가족협의회 구성’, ‘유가족이 모일 수 있는 장소 제공’에 유가족들의 의견이 어떤지를 밝혀달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보냈다.
그런데 여기에는 ‘24일 오후 6시까지 연락이 없는 경우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은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가 “기자회견에 용기 내 참석한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선입견을 보여준다”며 “희생자 52명 유가족의 요구를 검증의 대상으로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시간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안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사 이후 트라우마 등을 겪는 유가족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민변은 “정부가 진정으로 약 3분의 1에 이르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요구를 경청했다면,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물을 것이 아니라 그 요구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히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협의회는 유가족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구성하는 협의회”라며 “유가족이 협의회를 구성할지 여부는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회를 만드는 시점도, 그 구성도 그 방식도 유가족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에서 정부에게 요구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이 강조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의 원칙”이라며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의견을 달라는 위 설문조사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일방적이고, 행정편의적인 조치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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