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권자 柳가 아닌 李·정진상”
柳 측 ‘단순 메신저’ 주장에 동의
김태년 2억 로비 이유 질의엔
“李가 민관 개발하려 해서” 강조
‘로비 최종 목표’ 李대표로 지목
‘대장동 일당’ 중 핵심 3인방(유동규·남욱·김만배)에 속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의 책임을 몰아가는 모양새다. 두 사람 모두 석방 후 이 대표와 대장동 의혹 전반의 관련성을 강조하며 “내 죗값(책임)만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법정에서도 합작 공세가 이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 측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 등 공판기일에서 남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재명의 메신저 역할에 불과했다”며 유 전 본부장의 책임을 축소하는 주장을 폈고, 남 변호사도 “이재명의 의지로 일이 진행됐다”고 응수했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정영학 녹취록에 ‘유동규, 이재명, 최윤길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했던 것’이란 문구가 나오는데, 이 문구의 의미로 남 변호사는 이재명과 최윤길이 상의했고, 유동규는 전달자 역할이었다고 말했다”며 “유동규가 각본을 짜는 데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메신저 역할을 했을지언정 이재명과 최윤길만 관여했다는 것이 맞냐”고 물었다. 남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결국 유동규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한 건 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고, 남 변호사는 “이재명의 의지에 의해 저희 일이 다 진행된 것은 맞다”고 답했다.
대장동 사건 초기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에 수사팀이 유 전 본부장을 넘어선 ‘윗선’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며, 유 전 본부장이 뇌물의 ‘최종 수수자’가 됐다. 한때 ‘천화동인 1호’의 주인으로 유 전 본부장이 지목됐던 상황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이 마음을 바꿔 폭로를 시작하며 책임 당사자로 이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남 변호사는 ‘로비 대상’ 역시 이 대표였음을 이날 재판에서 명확히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이 “김만배를 통해 김태년(민주당 의원)에게 2억원의 현금 로비를 하려 했던 이유는 유동규가 민간 개발이 아닌 민관 합동 방향으로 가려 해서였는가”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아니라 이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 측도 질문을 바꿔 “유동규에게 직접 로비하지 않고, 이재명에게 로비하려고 한 것은 유동규가 뇌물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사업 결정권 주체가 아니라 상급자인 이재명이나 정진상이었기 때문이었는가”라고 물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사업 결정권 주체가 이재명·정진상이었다고 생각해서였다”며 유 전 본부장은 ‘연결 고리’에 불과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이날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적부심이 기각된 지 하루 만에 정 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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