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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희비' 엇갈리는 자사고… 경쟁률도 양극화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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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6 21:00:00 수정 : 2022-11-26 21: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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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인기 하락 속 '존치' 가닥… '서열화 해소'는 과제

MB때 대폭 늘렸다 文정부서 폐지 추진
“내신 불리” 인식 늘며 학생 선호도 줄어
10여년새 54→35곳 감소… 양극화 양상

“다양성 취지 퇴색” “상위권 교육 필요”
자사고 존치 놓고 교육계도 찬반 갈려

이주호, 연내 ‘유지 기조’ 개편 시안 마련
서울교육청·자사고 소송사태 영향 주목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교육 격차를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까.”(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고교) 다양화 정책이 어떤 면에선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이 부총리(당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화두 중 하나는 자사고였다. 이 부총리는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며 자사고 확대 정책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자사고는 문재인정부에서 폐지 위기에 놓였지만, 정권이 바뀌고 이 부총리까지 돌아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부총리는 자사고 부작용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부작용보다 의미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며 존치 방침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사고는 교육계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어서, 정권이 바뀔 경우 또다시 운명이 흔들릴 수 있다.

◆한숨 돌린 자사고… 충원율은 미달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명박정부는 2010년 전국 7개였던 자립형사립고(정부 지원 없이 독립된 재정·교과과정으로 운영하는 사립고)를 자사고로 전환해 대폭 늘리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자사고는 54곳까지 늘었으나 ‘교육 다양화’란 취지와 달리 서열화만 불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자사고와 특수목적고(외고·국제고)가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시한부’였던 자사고는 일단 살아남게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1년 54개였던 자사고는 올해 35개로 줄었고, 내년엔 2개가 더 사라진다. 전국 자사고의 모집 정원 대비 입학생 비율은 최근 몇 년간 80%대에 그친다. 서울의 경우 광역 자사고 17곳 중 4곳이 올해 일반전형 미달 사태를 겪었고, 특히 장훈고는 경쟁률이 0.46대 1에 불과했다. 3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장훈고는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에서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반납하는 10번째 사례다. 장훈고는 포기 이유로 ‘신입생 충원 어려움에 따른 재정 악화’를 들었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으로 운영해 신입생이 줄면 재정에 큰 타격을 받는다. 정부가 ‘존치’ 방침을 밝혔지만, 자사고 사이에선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대입 성적 좋은’ 자사고만 선호

교육계에선 학령 인구 감소, 대입 제도 개편, 전 정부의 ‘자사고 때리기’ 정책 등이 작용한 결과라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입이 수시 위주로 흘러 ‘자사고는 내신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가 정부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밀어붙여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던 것도 자사고 폐지 우려를 키웠다. 서울시교육청 평가에서 탈락했던 자사고가 소송 끝에 부활하면서 올해 서울 지역 자사고 경쟁률은 1.3대 1로 지난해(1.09대 1)보다 소폭 올랐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전 인기 자사고의 경쟁률이 5대 1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인기가 많이 식었다는 분석이다.

인기가 줄면서 자사고 내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배재고(1.82대 1), 세화고(1.71대 1)의 경쟁률은 장훈고의 4배 가까이 되는 등 대입 성적이 높은 자사고에만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데 고교학점제는 절대평가여서 자사고 학생의 내신 불리함이 사라진다”며 “정부가 최근 자사고 폐지 우려를 불식시킨 데다가 정시 기조도 확대하고 있어 대입 성적이 좋은 자사고의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고는 차별” VS “양질 자사고는 남겨야”

대입 성적이 좋은 자사고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결국 현재 자사고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란 지적도 있다. 자사고가 입시 기관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실제 인기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는 교육 과정을 2학년에 끝내고 3학년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올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선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자사고가 고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진학하기 유리한 차별적 구조라 주장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유은혜 전 부총리는 지난달 ‘대한민국 교육트렌드 2023’ 좌담회에서 자사고에 대해 “어린 연령대의 학생을 선별하고 구분 짓는 교육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자사고에 찬성하는 이들은 “소수의 상위권 학생 교육 수요는 늘 존재한다”며 “이를 막으면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고가 폐지되면 민족사관고등학교도 일반고가 되는데 이는 국가적 손해”라고 말했다.

일괄 폐지·존치를 논의하기보다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자사고만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전 특목고는 전체 고교의 5% 수준이라 소수만 준비했지만, 현재는 15%가량이 자사고·특목고에 가서 너도나도 준비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학교도 많다”며 “부족한 학교는 취소하고 소수만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자사고 존치 등이 담긴 고교 체제 개편안 시안을 내놓고 내년 6월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교육청 소송은 변수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평가 후 8곳의 지정을 취소한 뒤 법적 다툼 끝에 패소했는데, “정부가 자사고를 폐지하기로 한 만큼 소송은 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향후 정부가 자사고 존치를 공식화하면 법적 싸움이 또 시작될 수 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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