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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설렘과 희망을 주는 중동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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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5 22:39:14 수정 : 2022-11-25 22: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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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가 끝나가던 기원전 3000년쯤 지금의 동서양 문화 원류가 된 4대 문명이 탄생했다. 인더스강 유역의 인도 문명과 황하 유역의 황하 문명이 동양 문화의 원류가 됐다.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과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그리스 문명을 거쳐 서양 문화의 흐름 안으로 스며들었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두 강 사이’란 뜻의 메소포타미아는 지금의 이라크 주변 지역이며, 유럽에서 본 근동과 극동의 중간인 ‘중동’으로 불리는 곳이다. 두 개의 큰 강과 지류 사이 탁 트인 넓은 평원이어서 어느 방향으로도 침범이 가능한 곳이었다. 개방된 지형 때문에 전쟁과 복잡한 정치사가 계속됐지만, 여러 민족의 문화가 용광로처럼 용해되어 새로운 문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최초 통일 군주인 사르곤 왕이 동쪽으로 페르시아, 서쪽으로 지중해에 이르는 대제국을 이뤘지만 4대를 넘기지는 못했다.

‘나람신 왕의 승전비’(기원전 2254∼2218년)

이라크 수사에서 발견된 이 작품은 사르곤 왕의 손자인 나람신 왕이 외적을 물리친 장면을 담은 기념비이다. 2m 가까운 크기의 부조 작품인데 아쉽게도 이라크가 아닌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복자인 나람신 왕이 맨 위에 용맹한 모습으로 새겨져 왕이 갖고 있는 독립적이며 초인간적인 지위가 강조됐다. 그 아래에 짓밟히고, 도망치며, 자비를 구하는 적의 모습이 새겨졌다. 인물이 다양한 위치와 자세로 묘사되어 전투 장면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기념비를 제작한 것은 나람신 왕의 위력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의도와 왕이 죽은 후에도 패배한 종족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하려는 기대에서였다. 미술 작품의 이미지가 현실과 똑같은 힘을 갖는다는 원시적 사고가 반영된 결과이다.

중동의 작은 국가 카타르에서 2022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세계인의 시선이 구르고 솟고 힘차게 날아가는 축구공을 향하며, 기대와 희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어느 때보다 힘겨운 지금 우리도 설렌 마음으로 선수들의 선전과 파이팅을 기대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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