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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일간 100만여명 수해복구 구슬땀…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

입력 : 2022-11-24 20:50:00 수정 : 2022-11-24 20: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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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수해복구현장 가보니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공장서
임직원들 주말 없이 24시간 작업
2열연 공장은 여전히 바닥에 물기
압연공장 18곳 중 15곳 연내 복구
일부 시설은 내년 2월 정상 가동

“처음에는 눈물도 안 나올 정도로 참담했어요. 제가 퇴직하기 전까지 여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했을 정도니까요.”(허춘열 압연부소장)

“임직원들이 주말 없이 24시간 복구 작업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정도만으로도 이미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천시열 공정품질담당 부소장)

지난 14일 재가동을 시작한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 23일 찾은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입구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해의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담장과 철조망이 쓰러져 있고, 물에 떠내려왔던 나뭇가지와 폐품들이 제철소 바깥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이날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에 따른 수해 복구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9월6일 인근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가 침수·화재 피해를 본 지 78일 만이다.

 

포스코가 과감하게 포항제철소에서 가동 중이던 모든 고로를 중단시키며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대부분 압연공장은 모두 물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냉천과 가까운 곳에 있는 2열연공장의 피해가 심각했다.

이날 찾은 2열연공장은 여전히 바닥 곳곳에 물기가 남아 있긴 했지만, 복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을 빼고 난 뒤 들어찬 토사는 임직원들이 일일이 퍼냈지만, 문제는 수많은 모터들이었다. 제철소에는 철판을 누르고 펴는 압연 과정에 필요한 모터와 관련 부품들이 유독 많다. 물에 젖고 흙이 찬 모터들을 분해해서 수리를 의뢰하거나 새 모터로 교체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초대 포스코 명장’인 손병락 EIC기술부 상무보가 직원들을 다독였다. 170t에 달하는 모터를 분해하고 세척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실패하면 제철소가 멈춘다’는 생각에 일단 부딪쳐볼 수밖에 없었다. 손 상무보는 “포스코는 쉬운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고 늘 안 되는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해외 모터회사들조차 ‘분해해봤자, 못 고친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47대의 모터 중 33대를 분해와 수리를 거쳐 조립까지 성공했다.

정치권과 산업계 일각에서 포스코의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고로 중앙운전실에서 만난 김진보 선강담당 부소장은 “고로가 처음 가동된 1973년 이후 약 50년 동안 수백번의 태풍이 지나갔지만, 태풍이 온다고 고로 가동 중지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저희들끼리는 경영진이 너무 과한 일을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 고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이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총 18개 압연공장 중 연말까지 15곳을 복구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면 연내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공급하던 제품은 모두 정상적으로 재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2열연공장은 다음달, 나머지 도금 CGL,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 등 일부 시설은 내년 2월까지 복구를 마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빠르게 보다 안전하게’ 복구를 진행해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더 단단한 조직과 더 강건한 제철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번 피해 상황과 복구 과정을 면밀히 기록하고 분석해 앞으로 최고 수준의 재난 대비 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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