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자유롭게 경기 즐기는데
왜 중국만 엄격하게 통제하나” 불만
“카타르에선 마스크 없이도 경기 관람
누구는 두 달 동안 갇혀 나오지도 못해”
中, 감염자 역대 최고… 봉쇄 강화 조치
폭스콘공장선 항의 시위… 경찰과 충돌
전차군단 격파한 日은 열광의 도가니
“중국인은 카타르와 다른 별에 사는 건가!”
카타르 월드컵 대회 현장에서 노마스크로 사막보다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축구팬을 보면서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인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한 중국 네티즌은 대회 개막식 다음 날인 22일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를 수신처로 ‘열 가지 질문(十問)’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셜미디어 위챗에 게시했다.
개최국 카타르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처럼 월드컵 경기를 즐기는데 왜 중국 본토만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통제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며 “그들이 중국인과 같은 별에 사는 게 맞느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들을 해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 글은 1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급속하게 퍼지다가 삭제됐다.
다른 네티즌들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월드컵을 거론하며 “어떤 사람은 마스크 없이 월드컵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데 두 달 동안 캠퍼스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인은 월드컵을 통해 세계의 실상을 봤다. 누가 내 인생을 훔쳤는가?”라며 당국의 방역 정책을 비판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서도 신규 감염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여러 도시가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봉쇄에 들어갔다.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전날 기준 2만9754명으로 상하이(上海) 봉쇄 당시인 4월 13일 기록한 종전 최고 기록 2만8973명을 넘었다. 광둥(廣東)성이 80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칭(重慶)시 7548명, 쓰촨(四川)성 1274명, 베이징 1622명 등으로 나타났다.
감염자가 늘자 베이징의 한인 다수 거주지역인 왕징(望京)을 비롯한 차오양(朝陽)구 여러 지역에서 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가 나온 아파트 단지에 대한 봉쇄 조치가 속속 시행되고 있다. 사흘간 봉쇄한다고 했지만 언제 해제될지는 알 수 없다. 상하이도 처음에는 사흘만 봉쇄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두 달이 지나서야 해제됐다.
아이폰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허난(河南)성 폭스콘 정저우(鄭州)공장에서는 엄격한 방역정책 등에 항의해 경찰과 충돌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자 수백명이 “우리의 권리를 지키자”고 소리를 지르고, 소화기를 뿌리며 경찰에 맞섰다.
중국의 우울한 월드컵과는 달리 일본 열도는 전날 경기에서 대표팀이 독일에 2-1로 역전승하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주요 매체는 이날 경기 결과를 전하며 ‘역사적 승리’, ‘세기의 역전극’ 등으로 표현했다. 최근 내각 지지율 혼미와 장관 연쇄 낙마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에 용기를 준 대단한 승리였다. 온 나라가 크게 들끓지 않았느냐”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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