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년 뒤 이제는 전쟁으로 못살게 굴어
"왜 우크라 괴롭히나, 그만 놔둬라" 촉구
과거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대기근을 뜻하는 ‘홀로도모르’ 90주년을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소련의 후예’ 러시아를 맹렬히 비판했다. 예전에는 기근 유발로 우크라이나를 괴롭히더니 이제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살상하는 러시아를 향해 ‘제발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끊고 홀로 조용히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홀로도모르 추모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칭송함과 동시에 소련, 그리고 그 후신인 러시아의 잔혹성을 꼬집었다. 홀로도모르란 1932∼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대기근으로 최소 300만명 이상이 굶어죽은 사건을 뜻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말살하려던 당시 소련 정권에 의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1919년 러시아 혁명 직후 독립을 선언했다가 이후 들어선 소련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에 결국 소련의 일부로로 남은 아픈 역사가 있다. 1930년대 소련의 독재자였던 이오시프 스탈린이 우크라이나에서 다시는 ‘독립’ 얘기가 나오지 않게 그 민족성을 파괴하려 획책한 것이 바로 홀로도모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홀로도모르를 “배고픔에 의한 죽음”이라고 정의한 뒤 “스탈린은 1932∼1933년 수백만명의 무고한 우크라이나 여성, 남성, 어린이들을 죽게 만든 의도적인 기근을 일으키는 것을 포함하여 우크라이나에 가혹하고 억압적인 정책을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홀로도모르 희생자들을 기억한다”며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파괴와 폭정을 견뎌낸 우크라이나 국민의 회복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옛날에는 기근으로 우크라이나를 괴롭혔던 러시아가 이제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 앞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육군 대장)은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 장병 중에서 최소 1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민간인도 4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우리(미국)의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한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과감하게 저항하는 용맹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직접적인 비교는 아니지만 블라미디르 푸틴 현 대통령을 독재자 스탈린과 비교하며 반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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