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태아보다 사회인지·시청각 통합·언어지각 관장 뇌 부위 얇아”

산모가 임신 중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태아의 뇌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태아는 그렇지 않은 태아보다 사회인지, 시청각 통합, 언어 지각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신 중에는 알코올을 소량이라도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23일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의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 의대 영상의학 전문의 그레고르 카스프리안 교수 연구팀은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태아 24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들을 임신한 여성들에게는 익명 설문 조사를 통해 임신 중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물었다. 또 임신 22~36주 사이에 촬영된 태아의 뇌 MRI 영상을 통해 모체의 알코올 섭취가 태아의 뇌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임신 여성의 알코올 섭취 설문 조사에서는 알코올음료를 일주일에 1잔 미만으로 마신 사람은 17명, 1~3잔은 3명, 4~6잔은 2명, 14잔 이상 마신 사람은 1명으로 밝혀졌다.
6명은 한 자리에서 4잔 이상 마신 일이 임신 중 최소한 1번 이상 있었다고 밝혔다.
태아의 뇌 MRI 분석 결과,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태아는 알코올에 노출되지 않은 태아보다 사회인지, 시청각 통합, 언어 지각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우측 상측두구’가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신경세포의 신속한 신호 교환을 돕는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 말이집)’ 형성이 지연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엘린 수초는 신경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전선의 피복처럼 여러 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절연체로 신경세포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도록 돕는다.
또한 임신 중 알코올 섭취는 대뇌피질의 주름 형성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대뇌피질은 대뇌의 겉 부분으로 호두처럼 복잡하게 주름이 잡혀있으며 표면을 향해 융기된 이랑들과 그 사이사이 움푹 들어간 고랑들로 이뤄져 있다. 이 많은 주름은 두개골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대뇌피질의 표면적을 확대해 인지기능의 수행 능력을 증가하게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중에는 알코올을 소량이라도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태아의 이 같은 뇌 형성 이상이 출생 후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위해 출생 후에도 검사를 계속하고자 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음 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영상의학 학회(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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