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만 1만5000명 예상
경찰 8개 기동대 600명 배치 등
인파 관리에 1200여명 투입키로
이태원 압사 참사 한 달도 안 돼
“사고 대비 더 촘촘한 대책 마련을”
이태원 압사 참사 여파로 당초 취소됐던 월드컵 거리응원이 24일 개최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에 거리응원이 빠질 수 없다며 반기는 여론도 많지만,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기에 거리응원은 부적절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경찰과 서울시, 붉은악마 응원단은 1200여명을 동원해 안전사고 예방에 나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위험요인별로 안전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재차 강조했다.
경찰은 우루과이전이 열리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1만5000명, 전국적으로는 4만명이 거리응원을 위해 운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에서는 인천유나이티드FC의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다.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지만, 초대형 생중계 전광판을 관람할 수 있는 3600석가량만 개방할 방침이다. 경기도에서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 2만여명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비해 경찰청은 광화문광장에 경찰관 41명과 8개 기동대를 배치해 인파관리 등 질서 유지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서울 1개 기동대 인원이 70∼80명인 것을 고려하면 600여명 내외의 경찰관이 광화문에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전날 서울시가 붉은악마 응원단이 제출한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조건부로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붉은악마 측은 안전관리 인력을 340명 두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90명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서울시 역시 거리응원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와 자치구·산하기관 등의 인력 276명을 투입해 행사장 순찰과 인근 역사 안전관리 등에 나선다. 경찰과 서울시, 붉은악마 응원단의 안전관리 인력을 모두 합치면 1200여명이 인파 통제에 나서는 셈이다.
경찰은 “행사장은 구획을 나누어 인파를 분산하고, 관측조를 운영해 인파가 집결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인파가 집중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경기 시작 전 서울시·종로구, 주최 측인 붉은악마와 합동으로 지하철역 출입구와 무대 주변, 경사로 등의 안전 상황도 점검한다. 경기가 끝난 뒤 대규모 인파가 일시적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구역별 퇴장로도 구분할 예정이다. 뒤풀이를 위해 인근 유흥가 등에 인파가 밀집할 것으로도 보고 주요 구역에 기동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거리응원이 열리게 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직장인 진모(30)씨는 “이태원 참사는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예 안 모이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는 결국 거리응원을 다시 할 텐데 지금이라고 안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을 잘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나모(29)씨는 “주최 측과 경찰이 통제를 잘하고 준비를 잘하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도의상 지금은 거리응원을 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 등에도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희생자들이 생각나서 거리응원은 못 나갈 것 같다”는 글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압사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는 만큼 촘촘한 대책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제골을 넣은 상황, 역전당한 상황 등 군중이 흥분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별로 대책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압사는 측면으로 힘이 작용했을 때 발생하는데, 월드컵 거리응원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골을 넣었을 때 등의 상황이 위험할 수 있다”며 “위험요인별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도 거리응원을 하다 어느 정도 밀집도가 높아졌다 싶으면 해당 위치에서 빠져나오는 등 안전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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