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2021년 한 해 동안 시간당 5명 이상의 여성이나 소녀가 집 안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어난 여성살해(femicide) 피해자 56%는 친밀한 관계나 가족 구성원에 의해 희생됐다.
23일(현지시간) 유엔 여성기구(UN Women)는 세계 여성 폭력 근절의 날(11월 25일)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최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함께 진행한 이 여성살해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과 소녀들은 집 밖에서보다 집 안에서 살해당할 위험이 더 높다.
지난해 의도적으로 살해된 여성과 소녀 8만1000명 중 절반이 넘는 4만5000명이 친밀한 파트너 또는 가족에게 피해를 입었다. 유엔은 “집이 많은 여성에게 안전한 장소가 아님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남성 살인 사건의 경우 사적인 영역에서 저질러지는 비율은 11%다.
시마 바후스 UN Women 사무총장은 “여성살해는 분명히 예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도구와 지식이 이미 존재한다”며 “이제 우리는 집, 거리 등 모든 장소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가다 왈리 UNODC 사무총장은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여성살해 희생자 수를 파악하고, 보다 효율적인 예방 및 형사 사법 대응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나온 수치는 지난 10년간 전체 여성살해 규모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UN Women은 지적했다. 더 강력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수치 자체도 놀라울 만큼 높지만 실제 여성살해 규모는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너무 많은 여성살해 피해자가 여전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국가 간 정의와 기준의 불일치로 인해 2021년 의도적으로 살해된 여성과 소녀 10명 중 약 4명은 여성살해로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에서 젠더 기반 살인이 기록된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친밀한 관계, 가족 구성원에게 여성과 소녀들이 살해당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집계된 것은 아프리카였다.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북미와 서유럽, 남유럽 지역에서 젠더 기반 살인이 상당한 규모로 증가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여성 대상 폭력과 젠더 기반 살인이 불가피한 것이 아님을 보고서는 또한 강조했다. 폭력의 영향을 받는 여성을 조기에 식별하고, 생존자 중심의 지원·보호에 대한 접근, 경찰·사법 시스템이 생존자의 요구에 더 잘 대응하도록 보장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1차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결합해 반드시 막으려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UN Women은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해한 남성성, 사회적 규범의 변화, 구조적 성 불평등과 성 고정관념 제거 등이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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