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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줘” 부모니까 괜찮겠지? 엄연히 ‘학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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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5 15:55:02 수정 : 2022-11-25 15: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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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경제적 학대’ 실태와 대책 (上)
주로 자식에 의해 경제적 학대 발생
학대 여부 인지 못 하는 경우 대부분
개념 알고 대비·대처하는 게 중요해

 

A씨는 공공근로와 국민연금,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월수입은 93만원 수준인데, 같이 사는 아들의 ‘돈 달라’, ‘문방구 차려달라’ 요구에 시달린다.

 

B씨는 자신 명의 집으로 주택연금을 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내가 물려받을 집인데 왜 아버지 맘대로 하느냐’며 못하게 막는다. 노후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설득을 해도 아들은 계속 찾아와 화를 내 마음고생이 크다.

 

실제 발생한 ‘경제적 학대’ 사례입니다. 경제적 학대는 대부분 친족에 의해 발생하는 탓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대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는 때가 잦습니다. 이런 실태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 경제적 학대 방지의 출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경제적 학대란 ‘노인의 의사에 반(反)하여 재산 또는 권리를 빼앗는 행위로 경제적 착취, 노인 재산에 관한 법률 권리 위반,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의 통제 등을 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유사한 표현으로 ‘금융 착취’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경제적 학대는 2017∼21년 해마다 400여건씩 꾸준히 신고됐습니다.

 

전체 학대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 평균 4.7% 정도입니다.

 

다만 친족에 의해 발생한 사례가 평균 83%에 달할 정도로 많고, 그중에서도 자식이 학대 행위자인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보고되지 않은 수치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학대받고 있다고 깨닫는 게 중요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금융 착취라는 게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르신들도 ‘이거 불편하다’고만 생각하지 제재를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못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송이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경제적 학대 전문위원회 전문위원)도 “보통 가해자는 성인으로 알코올 문제가 있다든가, 정신질환이 있다든가, 폭력 성향이 있다든가 여러 사유로 제대로 된 경제적 독립을 못 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피해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이 되는 건데, 성인 자녀의 부양을 수십 년 하며 살아오다 보니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금융 착취를 당한다고 인지하더라도 부모와 자식 간 문제, 부모 의무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며 “(피해자가) 신고를 한다든지, 어디에다 드러내놓고 상담을 한다든지 이렇게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친족 간 경제적 학대가 발생하면 피해 복구를 위한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기 힘든 만큼 전문가들은 노인 스스로 경제적 학대와 금융 착취 개념을 인식하고 대비하는 게 예방의 시작이라고 조언합니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경제적 학대 자가진단 항목으로 6가지를 제시합니다. ▲내 명의로 들어오는 노령연금, 주거급여 및 재난지원금을 나의 동의 없이 사용 ▲친족의 사업 실패로 사채와 카드빚을 내가 떠맡음 ▲내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내 의사와 상관없이 사용 ▲나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내 의사에 상관없이 사용 ▲나에게 찾아와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며 행패 ▲내 재산이나 주택을 내 허락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 등이 모두 경제적 학대에 해당합니다.

 

오 사무총장은 ”금융 착취가 무엇인지, 현재 내가 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본인이 인지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예방 교육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의장은 “금융 착취로부터 노인을 보호할 만한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국민이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인식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도 ‘내가 멋모르고 행동했는데 이게 우리 부모님을 착취하는 행위일 수 있겠다’라는 걸 알면 상당히 예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영상=신성철 기자 s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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