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줄어 잔액 줄었지만
소비 늘어 카드결제 2.5조 증가
600대 기업 BSI 26개월래 최저
대기업 재고자산 165조… 36%↑
화물연대 24일부터 무기한 파업
5개월 만에 물류대란 재현 우려
공무원노조도 정책 찬반투표
정부 “법 수호… 원인파악 병행”
올해 3분기(7∼9월) 전체 가계신용(빚)이 187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금리 고공행진 속에 주택 거래가 뜸해지며 대출 잔액은 다소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증가하면서 결제 전 카드 대금이 2조원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재고자산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국내 기업의 연말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6000억원으로 기존 최대였던 올해 2분기(6월 말 기준 1868조4000억원)보다 0.1%(2조2000억원) 늘었다. 이로써 가계신용 잔액은 2013년 2분기 이후 38분기 연속 증가 기조를 유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뺀 가계대출만 보면, 3분기 말 기준 잔액이 1756조8000억원으로 2분기 말(1757조1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었다. 앞서 올해 1분기 8000억원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뒷걸음질 쳤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1007조9000억원)은 6조5000억원 늘었지만, 증가 폭은 2분기(8조7000억원)보다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48조9000억원)의 경우 6조8000억원 줄어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주택 거래 부진 등으로 축소됐고,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4분기째 줄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 가계 판매신용 잔액은 11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민간소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연말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BSI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라는 의미다.
12월 BSI 전망치는 2020년 10월(84.6)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 수치는 올해 4월(99.1)부터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BSI 전망치는 제조업(83.8)과 비제조업(87.3) 모두 올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제조업은 원자력과 조선 기자재가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7.6)만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다. 전경련은 전자·통신(84.2) 산업의 부정적 전망이 국내 수출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제조업에서는 주택 매수 심리 위축 영향으로 건설이 가장 부진했다. 12월 건설 BSI 전망치는 74.4로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5월(66.7) 이후 최저치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내 대기업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36%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재고자산을 공시한 195개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65조4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21조4922억원)보다 36.2%(43조9510억원) 증가한 것으로, 리더스인덱스가 통계를 낸 2010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3高 위기인데… 노동계는 총파업 강행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 앞에서 ‘노조 리스크’마저 현실화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당장 2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다섯달 만에 물류 대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7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물류 대란까지 이어질 경우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정은 긴급회의를 열고 노조 측에 집단운송거부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공무원노조 또한 사흘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여부를 묻는 정책 찬반투표로 실력 행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22일 밝혔다. 화물연대 측은 파업 이유로 안전운임제 연장을 내걸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를 노조와 합의한 만큼 이를 즉각 이행하라는 요구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보다 적은 돈을 지급하는 화주를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물연대가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3고에 따른 경제 한파가 불어닥친 데 더해,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4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주력 산업 업황이 악화한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개 경제단체는 성명을 내고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물류비 급등을 초래하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제도”라고 안전운임제를 비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되, 노조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화물연대가 (어려운 국가 경제 상황을) 직시하고 (파업을) 철회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이어 “최근 고유가 상황과 이해관계자 간 의견 등을 고려해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도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추가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철강, 유도차, 자동차 등 다섯 가지 품목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양호하고 적용 시 국민들께 드리는 물류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법과 원칙을 수호하면서도 단체 행동의 원인도 파악하겠다”며 “늘 국민 편에서 법과 원칙을 수호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단체 행동이 이뤄지는 데 대한 원인 파악도 항상 병행해왔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면서도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이날 오전 8시 행안부 장관 파면·처벌,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등에 대한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오는 24일 오후 6시까지 투표를 진행한 다음 결과를 정부 측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투표 대상은 △‘이태원 압사 참사’ 책임자 행안부 장관 파면·처벌 △2023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1.7% △공무원 인력 5% 감축 5개년 계획 △65세 공무원연금 지급 정책 유지 △노동시간 확대·최저임금 차등 정책 △돌봄·요양·의료·교육 등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 복지예산 축소 정책 등 7개다.
행안부는 투표 참여 공무원을 징계 조치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찬반투표 대상 중 (공무원 보수와 인력, 연금 지급 관련 내용을 제외한) 4개가 공무원 정책과 무관해 공무원노조법상 정당한 노조행위가 아니고 공무원 복무 규정상 복종·성실·품위유지 등 각종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위법한 투표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되면 징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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