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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원금 끊기는데 임대료는 2배 올라… 대전 26년 향토서점 문 닫나

입력 : 2022-11-23 01:00:00 수정 : 2022-11-22 22:05:46
대전=글·사진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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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TP, 계룡문고에 퇴거 명령
“임대료 연체” 명도소송까지 청구

임대료 등 2023년부터 사실상 4배↑
일각 “지역 문화 거점인데 가혹”
대전TP “적법한 행정절차” 강경

26년 역사의 대전지역 대표 향토서점인 계룡문고가 건물주의 퇴거 명령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계룡문고 내부 전경.

22일 대전시와 계룡문고에 따르면 시 산하기관인 대전테크노파크(TP)는 소유건물에 입점한 계룡문고에 임대료 체납을 이유로 이달 2일 나가달라는 명도소송을 걸었다.

1996년 대전 원도심인 중구 은행동에 문을 연 계룡문고는 2007년 선화동으로 자리를 옮겨 지하 1층에 입주했다. 2019년 9월 현 건물을 매입한 대전TP는 계룡문고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승계하다가 올해 3월, 계룡문고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임대료 및 관리비 인상을 요구했다.

계룡문고에 따르면 대전TP의 재계약 조건은 기존 임대료의 204%, 관리비 312% 인상이다. 3월 이전까지는 월 임대료·관리비로 562만원을 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올해까지 시의 임대료 50% 감면 정책이 적용된 비용이다. 인상안대로면 계룡문고는 매월 임대료와 관리비 등으로 1950여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사실상 4배 가까이 임대료가 오르는 것이다.

계룡문고 측은 재계약 조건에 대한 부담을 호소해 올해까지는 임대료 57.39%, 관리비는 140.26%를 올려 내는 것으로 협의했다. 그럼에도 매월 80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해 전보다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현 상태에서 시의 임대료 감면이 없다면 내년부터는 매월 1950여만원을 내야 한다는 게 계룡문고 측의 설명이다.

협상은 마무리했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계룡문고는 지난 4월부터 임대료 등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가 연체되자 대전TP 측은 지난 9월 계약해지와 함께 퇴거를 통보했다. 이달 2일엔 자리를 비우고 나가달라는 명도소송을 청구했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겨우 임대료를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경영난은 더 악화하고 있다”며 “임대료를 제때 납부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소통이 아닌 소장을 보냈다는 게 암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역 서점계와 문화계는 업계의 열악한 경영 상황을 외면한 채 ‘경제논리’에만 매몰된 가혹한 조처라며 재고를 촉구했다. 지역의 한 작가는 “계룡문고는 단순 서점 기능을 넘어 각종 전시·북콘서트 개최 등 오랫동안 문화거점 역할을 해왔다”면서 “‘책 읽어주는 서점’으로 대전 독서문화를 만들고 충청권 독서문화 공간 등 계룡문고의 사회·문화적 가치는 크다”고 강조했다.

계룡문고는 독서문화 진흥과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엔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원휘 대전시의원은 “대전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시가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이번 계룡문고와 같은 상황에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임대료 인상 근거가 되는 대전시공공재산관리조례가 시민의 발목을 잡는다면 개정 등 최선의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TP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소유건물 재계약 시 관련 조례에 의거해 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4월부터 임대료가 연체돼 행정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계룡문고와 소통은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글·사진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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