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7∼9월) 전체 가계신용(빚)이 187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금리 고공행진 속에 주택 거래가 뜸해지며 대출 잔액은 다소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증가하면서 결제 전 카드 대금이 2조원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재고자산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국내 기업의 연말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세계일보는 23일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다루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내린 1.8%로 전망한 소식도 다루었다.

◆‘포괄적 가계 빛’ 38분기 연속 증가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6000억원으로 기존 최대였던 올해 2분기(6월 말 기준 1868조4000억원)보다 0.1%(2조2000억원) 늘었다. 이로써 가계신용 잔액은 2013년 2분기 이후 38분기 연속 증가 기조를 유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뺀 가계대출만 보면, 3분기 말 기준 잔액이 1756조8000억원으로 2분기 말(1757조1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었다. 앞서 올해 1분기 8000억원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뒷걸음질 쳤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1007조9000억원)은 6조5000억원 늘었지만, 증가 폭은 2분기(8조7000억원)보다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48조9000억원)의 경우 6조8000억원 줄어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주택 거래 부진 등으로 축소됐고,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4분기째 줄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 가계 판매신용 잔액은 11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민간소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연말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BSI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라는 의미다.
12월 BSI 전망치는 2020년 10월(84.6)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 수치는 올해 4월(99.1)부터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BSI 전망치는 제조업(83.8)과 비제조업(87.3) 모두 올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제조업은 원자력과 조선 기자재가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7.6)만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다. 전경련은 전자·통신(84.2) 산업의 부정적 전망이 국내 수출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제조업에서는 주택 매수 심리 위축 영향으로 건설이 가장 부진했다. 12월 건설 BSI 전망치는 74.4로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5월(66.7) 이후 최저치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내 대기업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36%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재고자산을 공시한 195개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65조4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21조4922억원)보다 36.2%(43조9510억원) 증가한 것으로, 리더스인덱스가 통계를 낸 2010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OECD, 韓 경제성장률 0.4%↓…1.8%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OECD가 지난 9월 제시했던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도 1.9%로 2% 선을 하회했다.
OECD는 한국의 민간소비가 그동안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세 둔화 등이 향후 민간소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단기적으로 반도체 경기 하강 및 글로벌 수요 위축 등에 따른 수출 둔화 부담도 전망치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로 기존 전망치(2.8%)보다 0.1%포인트 낮췄다.

OECD는 가계·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 가중에 따른 주택가격 조정 및 기업부실 위험 등은 한국의 소비·투자 하방 요인으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및 대면서비스 분야 조기 회복 등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과 고물가 압력 완화 및 급격한 고령화 대비를 위해 국회가 재정준칙을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OECD는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의 경우 서비스·공공 요금을 중심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이다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5.2%, 3.9%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OECD의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지난 9월 전망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