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자식들 제발 좀 살려서 돌려보내 주세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30여명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스탠더드빌딩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주최로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에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유족들이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참사 24일 만에 처음이다.
이날 공개 석상에서 처음 심경을 전한 이들은 묵념이 시작된 후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를 대신 데려가라’는 한 아버지의 울부짖음에 옆에 선 다른 유족들도 함께 눈물을 보였다.
사망자 이남훈(29)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증명서를 들어 보이며 “사망 원인도, 장소도, 시간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아들을 떠나보낼 수가 있겠나”라며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 어머니는 “지금도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아들이 출근하려고 맞춰둔 알람이 울린다”면서 “새벽잠을 참아내며 노력하던 아들이 이젠 내 곁에 없고, 단축번호 3번에 저장된 아들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다. 엄마는 우리 남훈이 없으면 안 되는데…”라며 흐느꼈다.

이태원에서 숨진 배우 이지한(24)씨의 어머니는 “엄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는 마지막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어머니는 “(참사 당일도) 밥을 먹지 못한 것처럼 볼이 너무 패어 있고, 배가 홀쭉해서 가슴이 미어졌다”며 “해가 뜨는 것이 두렵고 제 입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조차 싫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교민인 희생자 김인홍(24)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게 하기 위해 연세어학당에 보내 공부를 하러 왔다가 이태원에서 희생을 당했다”며 “가장 힘든 건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한 게 답답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28일 (아들) 장례식을 위해 저는 떠나지만, 비엔나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변은 TF를 구성한 이래 현재까지 희생자 34명의 유족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대리하고 있으며, 유족과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해 대정부 요구사항을 정했다. 민변의 서채완 변호사는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할지는 유족들과 협의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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