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잭 그릴리시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뇌성마비에 걸린 11세 소년 팬을 위한 세러머니를 했다. 소년 팬과의 약속을 지키는 그릴리시의 모습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도 훈훈해졌다. 그릴리시는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후반 45분 팀의 6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날 잉글랜드는 이란을 상대로 6-2로 승리했는데, 대승을 완성하는 마지막 골이었다. 그릴리시는 득점을 한 후 양팔을 쭉 펴고 어깨를 마구 흔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이 세리머니가 카타르로 오기 전 영국에서 만난 한 팬과 약속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릴리시의 소속팀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팬인 11세 소년 팬 핀레이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여동생 홀리와 함께 뇌성마비를 앓는 핀레이는 그릴리시에게 편지를 썼고, 이를 확인한 그릴리시가 카타르로 떠나기 전 핀레이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릴리시는 골을 넣게 되면 핀레이를 위한 세리머니를 펼치겠다고 했고, 핀레이는 팔을 피고 어깨를 터는 세러머니를 요청했다. 그릴리시는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핀레이 너를 위한 거야”라는 문구와 함께 팔을 펴든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핀레이는 BBC 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그는 나의 최고의 친구예요. 사랑해요 그릴리시”라며 소감을 밝혔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실상 착용이 금지됐던 ‘무지개 완장’을 영국 TV 중계 해설자가 착용한 채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무지개 완장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7개국이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아 경기에 착용할 예정이었지만, FIFA가 이 완장을 차면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경고하면서 유럽 7개 나라에서 이 완장의 착용을 포기했다. 하지만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B조 1차전에서는 영국 BBC 중계 해설을 맡은 앨릭스 스콧이 이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것은 막았지만, 중계진이 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 것이다. 이 완장은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동성애 금지 등의 논란이 있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맞아 일부 국가에서는 이 완장을 통해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려고 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21일 “지난 몇 년간 카타르의 고용∙인권 부문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 국제건설목공노동조합연맹(BWI), 전 세계 선수협회, 선수들과 협력해왔다”며 “현재 목표가 충분히 달성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주노동자 지원 센터가 설립되지 않았고 (고통받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보상하기 위한 월드컵 기금도 지금은 없다. 또 노동조합도 여전히 금지돼 있다”며 “이는 대부분 선수가 국제대회를 통해 보고 싶어했던 결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선수가 월드컵을 둘러싼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계속 공유 중이다. 앞으로 몇 주 안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노동조합, 인권 단체 등 협력 기관과 함께 더 많은 변화를 위해 계속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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