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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짧은 호흡과 긴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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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1 23:03:46 수정 : 2022-11-21 23: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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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년을 돌아볼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올해 내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돌이켜보니 예전보다 독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올해라고 유난히 더 바빴던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찾아낸 이유는 독서 대신 다른 것을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 시청이었다. 지하철로 이동하거나 잠시 시간이 날 때, 또는 잠자기 직전 등 소일거리가 필요한 시간에 조금이나마 책을 손에 잡았던 습관이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대체된 것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독서가 아닌 영상을 보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면서 달라진 점 하나는 분명하게 느낀다.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빨리 가기를 누르는 등 점점 시청 시간의 호흡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영상 시간이 30분짜리면 잘 보지 않게 되거나 보더라도 지루하게 느낀다. 어느새 15분 정도가 한 호흡에 볼 수 있는 영상의 한계가 되는 느낌이다.

여기에 더해 요즘에는 ‘쇼츠’라는 1분 미만의 영상까지 등장해 이제는 15분짜리도 길게 다가온다. 이러다 보니 한 편에 50분 이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한 번에 보기가 힘겹게 느껴진다. 이제는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2시간짜리 영화를 보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할 정도다. 한자리에 앉아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나중에 주요 장면만 발췌한 하이라이트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잦다.

점점 이렇게 짧은 호흡에 익숙해지는 모습에 독서 같은 긴 호흡으로 즐겨야 할 것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짧은 호흡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실제 있는 많은 정보량을 압축하거나 생략하기 마련이다. 축구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멋진 장면이나 골이 들어간 모습은 확인할 수 있지만 경기 전체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의 내용을 압축한 글이나 영상을 보면 마치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것 같지만 작가 특유의 문체나 세세한 감정의 흐름을 놓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짧은 호흡의 콘텐츠가 주는 유혹은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바쁜 현대 사회에 시간을 절약해 주면서 충분한 자극을 준다는 매력 때문이다. 이런 효용성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다고 긴 호흡으로 느끼고 즐기는 기쁨을 놓치고 있다는 점은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책을 손에 잡아 본다. 일부러 두꺼운 책은 피했음에도 처음에는 긴 시간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조금씩 한 번에 읽는 양을 늘려가다 보니 어느새 재미가 붙고 독서 시간도 늘어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스포츠도 중계가 아닌 현장에서 보면 지루함보다는 현장감으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때도 극장처럼 조명을 어둡게 하고 보니 몰입감이 생긴다. 물론 지루한 대목에서는 빨리감기 리모컨을 누르고 싶은 욕망도 생기지만 꾹 참아보기도 한다. 짧은 호흡의 콘텐츠 소비가 대세지만 이렇게 긴 호흡이 주는 즐거움도 있음을 새삼 느낀다. 다만 그 즐거움을 느끼려면 조금의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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