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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은행은 르네상스 문명이 막 태동하던 13세기 즈음 생겨났다. 교역이 활발했던 지중해 연안에서 상인들의 금화를 맡아 보관, 환전해주던 곳이 은행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은행을 뜻하는 ‘BANK’의 어원은 길가에 탁자를 놓고 일하던 광경에서 비롯된 ‘탁자’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방코(Banco)에서 유래됐다. 당시 수입원은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차이)이 아니라 도둑·강도 등 외부 위험을 막아주는 보관료였다. 돈을 상징하는 금(金)이 아닌 은(銀)이 붙어 은행이 됐을까. 명나라가 은으로 세금을 물리는 ‘은본위제’를 실시하고, 상인 길드가 행(行)으로 불리면서 은행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학설과 1878년 일본 제일은행 부산지점 개설이 계기라는 주장도 있다.

개발시대인 1960∼70년대 국내 은행은 경제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둑(Bank)의 기능도 컸다. 그런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놀이로 배만 불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5년간 국내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182조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자이익으로 44조9000억원을 벌어들였고,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이 82.5%라고 한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예대금리에 의존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놀이다.

고금리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도 걱정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돌파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올해 166조원 급증했다.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억원 이상 정기예금 계좌수가 상반기 5만좌를 넘었다. 10억원을 넣으면 세금 빼고 연 이자만 4000만원이다.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이다. 절로 휘파람이 나올 법도 하다.

반면 ‘영끌’ ‘빚투’에 나섰던 취약차주들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계대출이 18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5.28∼7.80%에 달하면서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에도 허리가 휜다. 전체 가계부채의 80%를 차지하는 주담대의 75%가 변동금리형인데 기준금리는 또 오를 태세다. 사기업이면서도 공공재 역할을 해온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이 더 커졌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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