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리포트] 말만 번지르르한 중국 방역 정책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2-11-20 22:51:50 수정 : 2022-11-20 22:51: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진핑 ‘과학·정밀 방역정책’ 말뿐
매일 핵산검사·격리·아파트 봉쇄
곳곳 비상식적 상황… 시민들 불편
제때 치료 못 받아 사망하는 경우도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던 한 교민이 잠시 한국을 다녀온 후 지난달 초 톈진(天津)으로 입국했다. 당시 기준으로 10일간 톈진에서 격리하면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베이징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열흘의 격리를 마친 뒤 베이징으로 가려 했지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인 ‘젠캉바오(健康寶)’에 정상을 의미하는 녹색 코드가 뜨지 않았다. 중국에선 젠캉바오에 녹색 코드를 보여줘야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 등이 있는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거기에 더해 톈진 방역 당국에서 격리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추가 격리를 요구했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고속열차로 30분에 불과한 베이징에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다시 한국으로 들어갈 결심을 했다. 비용이 들더라도 한국에 돌아가 다시 중국 입국을 위한 핵산(PCR) 검사 등을 한 후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는 게 더 나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40일 가까이 반강제로 머물게 된 톈진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날 밤 그렇게 기다리던 젠캉바오에 녹색 코드가 떴다. 가족이 있는 베이징에 다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집에 도착했지만 외지에서 왔다는 이유로 일주일간 격리를 해야만 했다. 베이징에 계속 있던 부인도 함께 집에 있으면 격리 기간 외부에 나가질 못한다. 출근을 해야 하는 부인은 외부에 머물고, 혼자 집에서 일주일간 격리를 한 뒤에야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교민만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중국 곳곳에서 이 같은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왕징(望京)이 있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는 최근 들어 수시로 아파트 동이 봉쇄되고 있다.

 

베이징에선 48∼72시간 내 실시한 핵산검사의 녹색 코드가 있어야 식당 등의 출입이 가능하다. 많은 주민이 자주 핵산검사를 하다 보니 결과 나오는 시간 단축을 위해 10명에게 채취한 면봉을 한 통에 넣어 검사한다. 통에서 양성이 나오면 10명을 재검사해 확진자를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같은 통에 들어간 면봉 검사자가 사는 각각의 아파트 동은 모두 봉쇄된다. 추가 검사 결과 최종 음성이 나올 때까지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히게 된다.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동은 일주일가량 봉쇄된다. 매일 핵산검사를 실시해 모두 음성이 나와야 봉쇄가 해제된다. 최근 베이징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왕징에 있는 많은 아파트 동이 봉쇄와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임원들이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베이징에 있는) 나는 (외출했다가) 갑자기 봉쇄돼버리는 식당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집 밖으로 거의 못 나가겠다”는 외르그 부트케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연임을 위해 봉쇄와 통제로 대변되는 제로 코로나를 강조했다. 3연임 확정 후 방역 당국은 집중 격리 대상을 감염자의 밀접접촉자로 한정하고 2차 밀접접촉자까지 격리하지 말라고 하는 등의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방역 당국은 “방역을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개선, 민생 보장 서비스 자원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말만 번지르르했다. 아파트는 수시로 봉쇄되고 있다. 대형 쇼핑몰도 문을 닫고, 식당 매장 내 취식도 금지됐다. 학교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베이징이 지난 5월처럼 다시 준봉쇄 상태에 돌입했다.

 

당국의 발표를 현장에서 전혀 신뢰하지 못한다. 당국 발표와 다르더라도 무조건 봉쇄를 해야만 살 수 있다. 확진자가 늘면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를 휘청거리게 한 상하이의 두 달여 봉쇄에도 상하이(上海) 당서기 리창(李强)은 2인자가 됐다. 보신주의만이 살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20일 베이징에서 사망자가 나왔지만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오히려 방역 정책으로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방역 정책에서 ‘과학·정밀’을 입이 닳도록 밝혀왔지만, 시 주석 3연임 후에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싶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홍진영 '매력적인 무대'
  • 홍진영 '매력적인 무대'
  • 이지은 '너무 아름다워'
  • 이유미 '사랑스러운 미소'
  • 있지 유나 '여신의 손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