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생상·법무상 이어 한 달 새 3명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0일 정치자금 문제로 잡음이 계속된 기시다파 소속의 데라다 미노루(寺田稔·사진) 총무상을 사표를 받는 방식으로 경질했다. 내각 지지율이 혼미한 상황에서 한 달 새 주요 보직 장관 3명이 잇따라 퇴진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장기 집권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NHK 방송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권 간부들과 회의를 한 뒤 데라다 총무상 경질 방침을 굳혔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잇단 각료 낙마 사태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임명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후임 총무상에는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전 외무상이 내정됐다고 NHK가 전했다. 8선 중의원(하원) 의원인 마쓰모토 전 외무상은 조선 초대통감이자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외고손자이다.
데라다 총무상은 지난 3년간 지역구 후원회 정치자금 보고서의 회계 책임자를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기재하는 등 정치자금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졌다. 데라다 총무상이 대표를 맡은 정치단체가 아내 명의 건물에 총 2000만엔(약 1억92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지불해 왔다는 의혹도 나왔다. 야당은 ‘정치자금을 소관하는 총무상으로서 부적격’이라며 교체를 요구해 왔다. 마이니치신문이 19∼2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데라다 총무상이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에서도 (21일부터 시작되는) 예산 심의에 대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조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었다”고 여권 내 분위기를 전했다.
데라다 총무상의 사퇴로 기시다 정권에서는 최근 한 달 새 장관 3명이 물러나게 됐다. 지난달에는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경제재생담당상이 사임했고, 이달 초 하나시 야스히로(葉梨康弘) 법무상이 ‘사형 집행에 도장을 찍을 때만 톱 뉴스에 나오는 자리’라는 발언으로 경질됐다. 잇따른 인사 문제에 현지에서는 ‘낙마 도미노’라는 표현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기시다 정권에 타격은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야스히로 전 법무상에 이어 데라다 총무상이 본인이 영수인 자민당 파벌 굉지회(宏池會) 소속이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내년 1월 정기국회 전 개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총리로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시다 총리가 개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면서 “조기에 주요 직위의 면면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권 내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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