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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잠수함 수출하고파'… 미련 못 버린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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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18 16:30:00 수정 : 2022-11-18 16: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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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美·英·호주 '오커스' 동맹 결성
호주에 잠수함 수출 무산된 佛 '격분'
마크롱 "잠수함 제안 여전히 유효해"
12월 美 국빈방문 때 의제 오를 듯

지난해 미국·영국·호주 3국의 ‘오커스’(AUKUS) 동맹 출범을 계기로 호주에 잠수함을 수출하려는 프랑스의 계획이 좌초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그(잠수함 수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일각에선 다음달 마크롱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하기 전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발리=AF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잠수함과 관련해 호주와 협력하겠다는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인도네시아 발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나온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호주와 이미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을 마친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프랑스는 호주에 경유(디젤)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재래식 잠수함 12척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그런데 호주는 지난해 미국 및 영국과 오커스 동맹을 체결하며 이 계약을 파기했다. 미·영 두 나라가 재래식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호주에 이전키로 했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을 매개로 성립한 이 새로운 동맹은 철저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호주가 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태평양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을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은 오커스 출범을 강하게 비판하며 호주에 대해서도 적대적 태도를 취했다.

 

프랑스 또한 강하게 반발했다. 잠수함 12대 수출은 프랑스에 무려 330억유로(약 45조800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안길 것으로 기대됐는데 한순간 물거품이 된 탓이다. 격분한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및 호주에 주재하던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강수’를 뒀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나서 미·영·호주 3국을 겨냥해 “동맹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맹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왼쪽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발리=AP연합뉴스

당황한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마크롱 대통령한테 사과했다. 호주의 경우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오커스 가입을 결정한 스콧 모리슨 총리가 올해 총선에서 져 물러나고 앨버니지 총리가 새로 취임하는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신임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7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전임 정부의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는 프랑스와의 ‘신뢰’를 우선하겠다고도 했다. 호주는 프랑스에 5억5500만유로(약 7710억원)의 위약금을 물었고 이로써 잠수함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마크롱 대통령이 ‘호주에 대한 잠수함 수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발언으로 불씨를 재점화한 것이다. 일각에선 앨버니지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전임 모리슨 정부보다 좀 더 유화적이란 점에 주목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며 “미·영과 힘을 합쳐 중국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 모리슨 전 총리와 달리 앨버니지 총리는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협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커스 출범을 계기로 호주가 핵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것에 줄곧 강한 우려와 경계심을 표명해왔다. 그런데 프랑스가 호주에 공급하겠다고 했던 잠수함은 핵추진이 아닌 재래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외국에 핵잠수함을 제공할 의향이 전혀 없으며 모든 수출은 재래식 잠수함에 국한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중국으로선 호주가 프랑스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여길 만하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발리=EPA연합뉴스

문제는 미국의 반응이다. ‘핵의 비확산 원칙’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하려는 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위협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보기에 해군을 비롯한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맞서려면 재래식 잠수함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마침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12월 초 미국을 방문한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상외교가 얼어붙은 이후 미국이 처음 허용한 국빈방문이다. 바이든·마크롱 두 대통령의 만남에서 호주 잠수함 문제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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