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고향 등진 어린이들과 함께 희망 나눠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영부인의 구상을 도울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지난 9월 런던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의 ‘약속’을 지켰다. 왕실 일원으로서 정치적 사안에 관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지만 케이트, 그리고 그의 남편인 윌리엄 왕세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래 꾸준히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왕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케이트는 이날 런던 시내에 있는 ‘우크라이나 독서(Reading) 공동체 센터’를 방문했다. 굳이 독서라는 이름을 붙인 건 자라나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열심히 책을 읽어 장차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영국은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피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 중 하나다. 이날 왕세자비는 당분간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실향민들과 만나 그들의 고충 및 애로사항을 듣고, 이들을 위해 공동체 센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살펴봤다. 센터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독서와 그림 그리기 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부모들한테는 주거 및 직업을 알선하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케이트는 어린이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기뻐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꽃이었다. 센터의 어린이와 자원봉사자들은 그에게 우크라이나 전통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왕세자비는 어린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영국 왕실은 이날 케이트의 활동에 관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영부인의 구상을 도울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이어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젤렌스카 여사가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했던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젤렌스카 여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國葬)에 참석했는데 당시 영국 왕실을 대표해 왕세자비 케이트가 그를 버킹엄궁에서 응대했다. 둘이 나눈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쟁 후 젤렌스카 여사가 주도하는 사업에 관한 의견 교환, 그리고 영국 왕실의 지원 계획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독서 등 학습을 통해 우크라이나 언어와 역사, 문화를 잊지 않게끔 하려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왔다.
케이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남편 윌리엄 왕세자와 공동 명의로 된 입장문에서 “미래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국민들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마움을 표시하며 “선(Good)이 악을 이긴다”고 다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