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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尹 정부의 희생자 명단 비공개가 원죄… 유족 동의 유무가 유일 잣대 아냐”

입력 : 2022-11-18 11:15:48 수정 : 2022-11-18 15: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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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전 서울교육감 ‘민들레’ 기고 칼럼에서 “사회적 애도 본질 사건서 애도 대상 아는 건 ‘공적 이익’”
‘2차 가해’ 가능성 전혀 없는 건 아니라면서도…“시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볼 사정 보이지 않아”
尹 정부 겨냥해선 “정부의 명단 공개 거부 방침이 과연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결정됐는가” 등 묻기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2019년 8월16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노현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이자 전 서울시교육감은 유족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로 시민언론 ‘민들레’가 비난을 얻어맞는 데 대해, 재난보도준칙을 근거로 들어 희생자 명단은 ‘공적 정보’이고 이러한 이유 등에서 명단 공개 역시 문제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교육특보단장을 지냈던 곽 전 교육감은 17일 ‘민들레’에 기고한 ‘정부의 사망자 명단 공개 거부가 원죄다’라는 제목 칼럼에서 해당 매체를 겨냥한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비판대열에 “이 정도면 유가족의 동의 유무가 사망자 명단 공개의 적법·타당성 판단의 유일한 잣대라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성립한 셈이고 향후 중대한 선례가 되므로 재난 시 정부의 수습책무 및 언론의 보도책임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향후 사고나 참사 발생 시 사망자 숫자만 알고 사망자의 이름도 모르는 채로 참사를 수습하고 공식 종결하는 방식을 찬성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들레’는 지난 14일 또 다른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을 거쳤다며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희생자 155명 명단을 이미지와 함께 기사형식으로 게재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미지를 삭제하고 일부 희생자의 이름은 성(姓)만 게재했으며, 이후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민들레는 추가로 전했다. 이 매체는 희생자 명단 공개에 관해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했었다.

 

곽 전 교육감은 이태원 참사가 공식기구를 통한 공개적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공적 성격을 띠는 ‘사회적 참사’인 점을 들어, 유족 동의 유무가 명단 공개의 정당성 여부를 결정짓는 유일한 잣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망자 명단의 공적 차원’ 소주제 항목에는 사회적 애도 본질을 갖게 된 사건에서 애도 대상을 아는 것은 ‘공적 이익’에 부합하며, 희생자 명단이 참사 수습 과정의 출발점이 되므로 공개는 유가족 동의 여부에 구속되지 않는 공적 의무라고 봐야 맞다는 내용 등도 적혔다. 그는 “이태원 참사 이전까지 역대 정부는 대형 참사의 공적 성격에 충실하게 희생자 명단 공개를 꾸물거린 적이 없었다”며, “오직 윤석열 정부만이 사망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23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교육특보단장을 맡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 교육대전환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 전 교육감은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제때 공개했다면 민들레가 나설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명단 공개 비판 여론의 사실상 가장 큰 이유인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지적에는 이름만 있을 뿐 그 외 개인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망인이나 유가족이 2차 가해를 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망자건 유족이건 명단 공개로 2차 가해를 당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이라면서도 “그것이 시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곽 전 교육감은 자신의 주장 근거로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한국기자협회에서 만든 ‘재난보도준칙’을 끌어왔다. 공적 정보의 취급에 관한 조항인 제11조가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며, 특히 ‘공식 발표가 늦어지거나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자체 취재임을 밝혀야 한다’고 든 점을 강조하면서다.

 

곽 전 교육감은 “지금은 정부가 명단 공개를 대놓고 거부하는 상황이라 언론이 취재과정에서 입수한 신뢰할 만한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이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다”면서, “누가 얼마나 죽었는지가 당국의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확정되고 그 사망사실이 유족에게 통보된 이상, 정부가 명단 공개를 지체할 때 언론에 의한 명단 공개는 공적 의무가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민들레가 입수한 명단의 정확성에 대해 이의가 제기된 바 없다고도 했다.

 

곽 전 교육감은 윤석열 정부가 유가족 동의를 명단공개 거부의 핑계로 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정부의 명단 공개 거부 방침이 과연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결정됐는가”, “유가족의 뜻을 따른다는 건 무슨 뜻인가”, “모든 유가족에게 일일이 이름 공개에 동의하는지 물어봤더니 다수가 반대했다는 뜻인가” 등 여러 질문을 던졌다.

 

칼럼 말미에서 곽 전 교육감은 ‘유족의 공동 대응’을 막고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게 명단 비공개의 속셈이라며, “원죄는 유가족의 집단행동을 최대한 막고 정치적 책임을 최대한 덜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마땅히 공표해야 할 사망자 명단을 비공개한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침해 비난 역시 국민의 알권리와 유족의 연대 권리를 침해하는 윤석열 정부의 느닷없는 비공개 방침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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