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층간소음 문제로 아파트 주민을 여러 차례 밀치고 지켜보던 아이들에게 억압적인 말을 한 것이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주의 한 아파트에 살던 A씨는 바로 위층에 거주하는 B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A씨는 2020년 4월 엘리베이터에서 B씨를 만나자 층간소음 문제를 따졌고 B씨가 이를 피하려 하자 함께 있던 B씨의 아들(4)에게 얼굴을 바짝 댄 뒤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러워" "엄청나게 뛰어다니지?" "살살 뛰어야 한다" 등의 말을 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B씨가 자녀들을 데리고 나가려 하자 A씨는 B씨를 가로막고 손으로 밀쳤다.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간 뒤에도 A씨는 B씨 아들에게 “똑바로 들어라. 지금 너 얘기한 것이다”고 말했고 이에 항의하는 B씨를 벽 쪽으로 밀쳤다.
이에 검찰은 "B씨의 딸(7)이 울음을 터뜨리는 등 피해자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다"며 A씨가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적극적으로 B씨에게 싸움을 걸고 유형력을 행사한 A씨가 미필적으로나마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1심은 "사건 당일 몸싸움이 일어난 표면적 이유는 아이들이 뛰어다녀 층간소음이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A씨가 언제 자신들에게도 폭행과 같은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무조건 의지해야 하는 어머니가 자신들이 뛰어서 층간소음을 일으켰다는 점 때문에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극심한 자책감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아동관련기관 2년 취업제한도 명령도 내려졌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은 "아이들이 상당한 공포심을 호소해왔고 급성스트레스장애 등으로 우울·불안·불면 증세를 보여 약물·상담치료를 받았다"며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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