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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감축, 목표는 거창 실행은 감감… “일회용 감량책 시급” [심층기획 - 폐기물 7000t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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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17 06:00:00 수정 : 2022-11-17 09: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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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는 쓰레기다 - 4회 쓰레기 권하는 사회

국제사회 탈플라스틱 움직임 가속화
법 구속력 갖춘 국제기구 출범 전망
“파리협정 다음으로 중요한 협약될 것”

국내 5년간 폐기물 감축 대책만 3개
매번 목표량·기준 연도 등 바꿔 지적
환경부 “코로나로 플라스틱 늘어난 탓”

‘K택소노미’의 자원순환 기준 포괄적
자칫 기업 ‘그린워싱’ 조장할 가능성
전문가 “택소노미 활동 지속 점검 필요”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은 고민거리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3억8100만t이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5975만t까지 치솟았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협회인 ‘플라스틱스유럽(Plastics Europe)’은 별다른 감축 조치가 없다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 대비 2030~2035년에 두 배, 2050년에 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활용 폐기물 수거 봉투 안에 담배꽁초, 씻기지 않은 음식용기 등이 섞여 버려져 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대표단이 현재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 모여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하는 것처럼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유엔환경계획(UNEP)은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플라스틱 생산 총량 등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기구를 만들기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만들고자 한다. 일명 ‘플라스틱 조약’을 맺고 이를 실현할 기구를 출범한다는 계획인데,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캠페이너는 “파리협정 다음으로 환경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다자협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도 매년 증가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을 전후해 일회용품 폐기물 발생량은 더 크게 늘었다. 장용철 충남대 교수(환경공학)는 “전 세계가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고 국제협약까지 만들려 하는데, 우리도 때로는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일회용품을 감량하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만 세우는 환경부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5년간 환경부가 발표한 폐기물 감축 대책만 세 개다. 2018년, 2020년에 이어 올해까지 매번 일회용품은 줄이고 재활용은 늘려 폐기물을 감축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8년 10년마다 정부가 수립하는 ‘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세운 뒤 2020년 ‘자원순환정책 대전환 추진계획’, 지난 10월엔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도 만들었다. 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서 2027년까지 2016년 대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연간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95.5t에서 10억원당 76.4t으로 감축한다는 ‘원단위 목표’를 설정했다. 원단위로 폐기물을 줄인다는 건 폐기물 총량을 줄인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도 GDP가 더 빨리 늘어나면 원단위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2년 뒤 나온 자원순환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원단위 폐기물 발생량을 2018년 대비 20% 감축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나온 탈플라스틱 대책의 목표는 2025년까지 3년 안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지난해 대비 20% 감량하겠다는 것이다. 폐기물 무게로 따지면 492만t을 393만t으로 약 100만t 줄여야 한다.

목표가 대책마다 바뀐 이유를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 단기에 초점을 맞춘 2025년 목표를 세워서”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모든 폐기물 제도보다 플라스틱 사용 저감에 중점을 두고 그중에서도 포장용기와 포장재 등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며 “기준연도가 2021년인 이유도 이때가 플라스틱 폐기물 양이 늘어난 시기임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자원순환기본계획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모든 제도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덧붙였다.

약 2년 주기로 발표된 계획마다 공통으로 등장하는 정책안은 다회용기 사용 확대, 일회용품 축소, 과대포장 금지, 플라스틱 용기 경량화 등이다.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운송에 사용하는 다회용 상자 및 포장재 개발, 지자체별 재사용 인프라 확충 등으로 구체화됐다. 현재 운송·유통용 다회용 택배상자 사용은 상용화 가능성이 확인된 상태로, 내년 중 다회용 택배상자 표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회용품 감량과 포장 간소화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핵심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목표는 뜨겁게, 실행은 미지근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는 24일부터는 중소형 매장에서도 비닐봉투 판매가 금지되고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빨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다. 다만 1년의 계도기간을 뒀다. 이런 결정은 “1년간 계도기간을 두면 제도가 알아서 정착되느냐”, “계도기간에는 여전히 일회용품을 구매할 수 있어 업체에 이를 제공해도 된다는 신호로 보일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 대전환 추진계획에서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혀둔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도 지연 끝에 제주와 세종 두 지역에서만 실시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 대책을 만들 때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측면이 많다”며 “방향성을 잡았어도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제도화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히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예컨대 담배꽁초 재활용 사업은 수거부터 재활용 과정에 필요한 비용 등을 고려해 소각·매립이 환경에 더 유익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폐기물 정책은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제도 수용성에 더 민감하다”며 “단속 위주로 밀어붙이면 제도 신뢰가 떨어져 정책을 이행할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 따라 2019년 대형마트·슈퍼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을 때도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 4년차인 현재 비닐봉투 사용량은 시행 전년도인 2018년과 비교해 14%로 줄었다. 제도 변화가 생산과 소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린워싱 조장하는 그린택소노미

무슨 활동이 친환경이고 무슨 활동이 환경 친화적인지 않은지, 그래서 어떤 활동을 더 장려하고 금융지원을 활성화할지, ‘녹색’ 활동의 가르마를 타놓은 걸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라고 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도 14대 분야 중 하나로 자원순환 대책이 담겼다. 크게 △폐기물 발생 억제 △폐자원 수거·회수·선별 분리 △폐자원 재활용 △폐자원 열분해 △폐기물 에너지 회수에 관한 기준으로 나뉜다.

항목별로 녹색을 판가름하는 활동기준은 이렇다.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친환경 활동기준은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 폐기물 발생 억제를 위한 생산설비를 구축·운영하는 활동’이다. 어떤 방식이나 조건 없이, 폐기물 발생 억제를 위한 생산설비를 구축·운영하면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친환경 활동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항목인 지속가능한 폐자원 수거·회수선별·분리를 위해서도 ‘폐자원의 수거·회수 및 선별·분리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활동’이면 기준에 만족한다고 택소노미에 담겼다.

재활용 관련해서도 기준이 포괄적이긴 마찬가지다. 고쳐쓰는 재사용, 보수·조정·재조립 등을 거치는 재제조, 재활용가능자원을 활용한 재생원료 사용, 새활용(업사이클링) 등이 포함되면 친환경 가이드라인에 맞는다. 폐자원 열분해나 폐기물 에너지 회수 역시 관련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활동이면 된다. 사실상 위법행위만 하지 않으면 녹색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느슨하게 구성된 것이다.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만든 택소노미가 오히려 그린워싱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량적인 기준은 없다”며 “택소노미 개념 자체가 6가지 환경 목표에 기여하고 다른 환경 목표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 된다. 자원순환 쪽은 일단 (폐기물 저감에) 기여하고, 배제기준에서는 다른 목표를 침해하지 않는 조건을 만족한다면 포함된다”고 말했다.

택소노미의 목적은 친환경, 궁극적으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녹색활동을 정의하는 데에 있다. 그래서 택소노미에서 배제되는 첫 번째 기준은 온실가스 배출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지 검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감축량 실측값을 기록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폐기물을 태우는 소각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설이지만 소각장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조건은 포함돼 있지 않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각장은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있어야 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라면서도 “감축과 적응 등 앞부분에 비해 자원순환 분야가 헐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선경 한국ESG연구소 소장은 “K택소노미는 유럽연합(EU) 택소노미와 비교해 택소노미 활동에 선정된 영역은 적은 반면 선택된 영역에 대한 녹색활동 인정 기준은 전반적으로 낮다”며 “택소노미를 작성한 목표가 탄소중립을 위한 자금 조달, 그린워싱 방지인 만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활동기준인지 점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제외된 영역에 대한 추가 검토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유빈·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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