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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만 10곳 신설 필요… ‘소각장 갈등’ 전국적 확산 시간문제 [심층기획-폐기물 7000t의 딜레마]

, 폐기물 7000t의 딜레마 , 세계뉴스룸 , 환경팀

입력 : 2022-11-15 06:00:00 수정 : 2022-11-15 0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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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는 쓰레기다 - 2회 그렇게 재가 되었다.

‘마포 추가신설 따른 주민 갈등’ 빙산의 일각

서울, 하루 1000t 달하던 매립쓰레기
2026년부터는 태워 소각재로 묻어야

관련시설 300m내만 주민건강 평가
그마저도 서울서만 지속적 모니터링

양호한 재활용쓰레기 30%도 못 미쳐
재활용·음식물 섞인 폐기물 부지기수

폐기물 전처리 설비 늘려 물량 줄이면
새 소각장 병행돼도 주민 설득 가능

“지금도 750t이나 되는 걸 끌어안고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또 우리냐고요. 1000t을 또 얹으면 서울시 소각량 절반을 여기서 태우라는 거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이주를 시켜주든가 없던 일로 하든가,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절대 못 받아들입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마포 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 주민들은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서울시의 새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후보지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자치구마다 소각장을 두든가 그게 싫으면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해야죠. 소각장 있는 곳에 더 크게 또 짓는 게 어떻게 해법입니까? 20년 태웠으면 우리도 안식년이라는 걸 줘야 할 것 아니에요.

 

서울시는 지난 8월 현 마포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상암동 부지 바로 옆에 하루 1000t을 소각할 수 있는 새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새 소각장은 2027년부터 가동되고 기존 시설은 2035년 철거된다. 8년 동안은 두 소각장이 동시에 가동된다는 얘기다.

시설 지하화, 지역 명소 조성, 1000억원 규모의 편익 시설을 약속하며 ‘8년만 참아달라’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난지도 매립지 때부터 참을 만큼 참았다며 맞서고 있다.

 

마포 소각장 문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전후로 여기저기서 벌어질 갈등의 서막에 불과하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 고양, 부천, 안산, 남양주 등 수도권 지역 10개 시장이 ‘소각장을 더 지으라’는 환경부 공문을 받은 상태다.

 

◆1750t 태우는 소각장도 300m 이내만 영향 지역?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버리는 생활계 폐기물의 60%는 선별장으로 간다. 주로 종이, 비닐, 플라스틱처럼 분리 배출하는 것들이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쓰레기는 소각장과 매립지로 향하는데 그 비율이 2대 1 정도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 생활계 폐기물 중 575만t이 소각됐고, 265만t은 매립됐다. 서울은 84만t을 태우고 35만t을 묻었다. 서울에서 배출하는 하루 약 1000t 정도의 종량제 봉투가 그대로 매립된다는 뜻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 직매립이 금지되면 이젠 이 1000t을 태워야 한다. 태우고 남은 소각재를 묻는 건 가능하다. 서울시가 짓겠다고 한 새 소각장 시설 용량이 1000t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324t, 1100t을 소각으로 처리해야 한다.

나머지 14개 시·도 역시 2030년부터 4882t을 태울 곳을 찾아야 한다. 현재 전국 소각장의 시설 용량은 하루에 9605t이다. 여기에 5000t 가까이를 추가하려면 단순히 따져도 지금 있는 소각장보다 절반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곳곳에서 ‘소각장 결사 반대’ 현수막이 나붙을 게 뻔하지만 불안한 주민을 안심시킬 구조는 부실하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기물촉진법)상 ‘주변영향지역’은 소각장 부지 경계로부터 300m 이내로 정해져 있다. 서울시는 여기 나온 300m를 기준으로 2001년부터 소각장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 평가를 해오고 있다. 강남·노원·양천 자원회수시설이 여기 해당된다. 지난해 실시된 조사 결과를 보면 소각장 주변 주민의 혈중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농도는 국내외 다른 지역 연구 결과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게 나왔다. 건강상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소각장이 환경과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조사를 이끈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사람에 따라 저농도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독성 정도에 따라 폐나 간 질환과는 관련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소각장은 굴뚝 높이가 높아 오염 물질이 더 멀리 확산된다. 사실 인체에 다이옥신이 호흡기로 들어오는 건 1% 정도이고, 멀리 날아간 게 식물에 부착돼 (먹이사슬을 거쳐) 식품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다”며 300m 기준의 효용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특히 1750t을 태우게 될 마포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나마 소각장 주민의 건강을 장기 모니터링해온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다른 곳은 청주시 북이면처럼 집단 암 발생 등 사건이 발생해 주민 요청이 있을 때 조사를 한다.

대표적인 주민 기피 시설이지만 절차상 주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공모에서 신청 지역이 없으면 폐기물촉진법이 정해놓은 대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여기서 후보지를 결정한다. 입지 선정 전 ‘설치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하도록 요청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소각장 300m 이내 주택이 있을 때 얘기다.

고석영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반장은 “관련 절차를 법에 따라 다 밟았기 때문에 주민 동의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내년 3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찾아가는 주민설명회 등 의견은 계속 들을 것”이라고 했다.

◆“소각장 증설·소각량 감축 함께 가야”

‘1자치구 1소각장’은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해법이다. 주민들 역시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남의 쓰레기를 우리 마을에서 태우긴 싫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주장일까.

서용칠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술적으로 설비에는 ‘적정 규모’라는 게 있다. 불을 붙이려면 (쓰레기 양이) 일정 규모가 돼야 한다”며 “인구가 적어 폐기물이 적은 마을은 어쩔 수 없지만 소각로마다 적어도 200∼300t은 돼야 경제성이 나온다. 1자치구 1소각장은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하루 소각량(현재 소각량+매립량)을 25개 자치구로 나누면 130t 정도다. 그러면서 “소각장은 단지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전기나 열을 뽑아 쓰기도 하는데 그런 에너지 회수 측면에서도 소각장이 너무 작으면 불리해 외국도 대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서울은 소각장뿐 아니라 다른 환경 시설도 공동으로 이용한다. 마포 소각장이 중·용산·종로·서대문구의 쓰레기를 반입하듯 송파의 음식물처리시설은 종로·중·성동·광진·서초·강남구의 음식물 쓰레기를 들여온다. 영등포와 관악·동작·구로·양천·금천·강서·강남·서초의 하수는 강서 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로 흐른다. 성동구는 강남에 종량제 쓰레기를, 강남구는 송파구에 음식물 쓰레기를, 송파구는 강남구에 하수를 보낸다. 부산, 대구, 인천 같은 대도시에선 서로가 서로에 기대 폐기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소각장 증설이 불가피하다면 최대한 소각 물량을 줄여 소각 부담을 낮춰야 한다. 그런데 현재 소각장에 들어오는 폐기물 중에는 음식물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물질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폐기물촉진법에 따르면 소각장은 주민지원협의체에서 주민감시단을 구성해 반입 종량제 봉투 10% 이상을 뜯어 내용물의 성상을 검사한다.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있으면 경고하고 재발하면 며칠 동안 반입을 금지할 수도 있다.

서울시가 지난 8월 말 상암동을 새 소각장 후보지로 결정한 뒤로 주민들은 ‘부엉이감시단’이라는 이름의 별도 조직을 꾸려 매일 밤 수거 차량의 거의 전량을 검사하고 있다. 9월28일 기록을 보면 34대가 들어와 17대는 경고, 11대는 3일 정지를 당했다. 양호한 폐기물을 들여온 건 6대뿐이었다. 이튿날에는 19대 중 17대(89%)가 경고·정지를 당하는 등 9월 동안 쓰레기를 실어온 1309대 중 355대(27%)가 경고, 261대(20%)가 정지를 당했다. 되돌려 보내지는 차량이 너무 많아 9월 하순에는 소각 물량이 부족해 소각로 2기가 멈춰서기도 했다.

마포 주민협의체위원장이자 부엉이감시단 활동을 하는 최은하 마포구의원은 “파봉을 해보면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한다. 플라스틱은 기본이고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어 악취도 심하고 오수도 쏟아진다. 구역질하는 분도 있다”며 “이런 것만 줄여도 소각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포 자원회수시설 관계자는 “부엉이감시단이 과하게 검사하는 측면이 있다”며 “반입물 성상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성상 위반 물량이 나온다는 건 달리 말하면, 종량제 봉투를 열어 필요한 것을 분리 선별해내면 소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봉투를 파봉할 때 나는 냄새, 기계 소음이 심각해 전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며 “이론적으론 소각 물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부정적인 뜻을 표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상암에 새 소각장을 지으려면 기존 750t짜리에 대한 폐쇄 계획이 확실하게 나와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종량제 봉투를 전처리하는 설비를 여러 곳에 지어야 한다. 전처리 설비와 새 소각장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장은 “새 소각장을 지을 땐 선별하는 설비를 함께 설치하거나 기존 시설을 정비할 때 용량을 조금씩 늘리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동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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