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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생활 폐기물 7000t… 묻을 땅도, 태울 곳도 없다 [심층기획-폐기물 7000t의 딜레마]

, 폐기물 7000t의 딜레마 , 세계뉴스룸 , 환경팀

입력 : 2022-11-14 06:00:00 수정 : 2022-11-15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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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는 쓰레기다 - 1회 쓰레기의 무덤

전국 매립지 18곳 3년 내 사용종료
새 부지 찾기 힘들어… 곳곳 갈등

기존매립지 파고 또 파고… 묻었던 폐기물까지 꺼내 재활용

포항, 채굴·소각해 묻을 공간 확보
전국 공공매립지 ‘데드라인’ 코앞
수도권 외 축구장 144배 부지 필요
6곳은 대체장소 정하지 못해 ‘비상’

2026년부턴 폐기물 직매립 금지
자원순환 시행계획 실효성 불투명
전국 16개 시·도 목표 배출량 초과
통제 불능… 제주만 유일하게 달성
작은 인간 앞에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쓰레기 산. 우리는 매일 이만큼의 쓰레기를 이 땅 어딘가에 묻고 있습니다. 하루 7000t도 넘는 쓰레기가 땅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2026년이 되면 2400t의 쓰레기를 묻을 수 없게 됩니다. 폐기물을 바로 땅에 묻는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2030년이 되면 7000t 모두 매립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만 합니다. 태워 없애든 다시 쓰든 하지 않으면 사진 속 크기만 한 쓰레기가 매일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폐기물 발생량을 줄여본 적 없는 우리로선 만만찮은 과제입니다. 세계일보는 갈 곳 잃은 매립 쓰레기의 갈 곳을 찾기 위한 <7000t의 딜레마>를 연재합니다.

 

쓰레기는 묻는 게 당연하던 때가 있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폐기물의 90% 정도가 땅에 묻혀 생을 마감했다.

 

인구가 느는 만큼 쓰레기도 늘었고, 노는 땅이 보이면 쓰레기를 묻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1960년대엔 군자동, 상월곡동, 응암동, 염창동, 1970년대엔 방배동, 압구정동, 장안동, 구의동, 청담동도 매립지로 쓰였다. 그럼에도 쓰레기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웠고, 그렇다고 갈수록 금싸라기가 돼가는 땅을 쓰레기에 내줄 수도 없었다.

 

사진은 폐기물 무게를 부피로 변환하는 계수를 써서 실제 7000t에 준하는 가로 23m, 세로(깊이) 23m, 높이 25m의 더미가 사진 속 남성의 좌우에 있다고 가정하고 제작했습니다. 대학생 연합 광고동아리 애드파워 소속 ‘99z’ 학생들이 만들었습니다. 99z는 광고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인 1999년생 14명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구제 의류 소비를 장려하는 구제숍 지도 ‘구제할지도’를 제작하고, 패스트패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지구 수명 할인 중’ 옥외광고를 집행한 바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묻기보단 태우는 쪽으로 폐기물 처리방식이 바뀌게 된다. 1990년대 초 90%에 육박했던 매립 비중은 10년 만에 절반 밑(전국 생활계 폐기물 기준)으로, 최근엔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매립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매립량을 줄이고 줄였어도 매일 7000t, 매년 260만t이 넘는 쓰레기가 매립지로 향한다.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계 폐기물’만 따져서 이만큼이고, 공장의 생산 라인이나 건설 현장, 병원에서 나오는 것까지 더하면 하루 매립량은 2만7000t이나 된다. 도처에서 매립지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다.

 

◆2025년 이전 사용 종료 18곳… 6곳은 아직 ‘대안 없음’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은 쓰레기 발생량도 많고, 그만큼 매립지 갈등도 도드라지는 곳이다. 하루 평균 2400t의 매립 쓰레기를 쏟아내는 서울, 경기, 인천의 64개 지자체가 인천광역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같이 쓴다. 나머지 시·도는 각자 매립장을 갖추고 있고 특히 강원, 충남, 전남 등 6곳에선 시·군별로 공공매립시설을 운영 중이지만 빈 땅을 찾기 힘든 수도권에선 1992년부터 31년째 수도권매립지 한 곳에 몰아넣고 있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에 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수도권매립지는 원래 2016년 말 사용 종료 예정이었지만, 대안을 찾지 못한 3개 시·도와 환경부가 ‘4자 협의체’를 꾸려 매립지 남는 땅(3-1공구)을 새 매립지로 쓰기로 해 가까스로 사용 기한을 연장했다. 이런 합의가 나온 2015년 당시 3-1공구의 예상 포화시점은 2025년이었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들이 ‘2025년 매립지 사용 종료’를 공약하면서 자연스레 2025년이 암묵적인 ‘데드라인’이 됐다. 다시 말하면 2026년 이후 쓰레기를 묻을 또 다른 매립지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몇 년 동안 4자 협의체가 이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각자 매립지를 구할지, 지금처럼 한 곳에 몰아주기를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수도권만 매립지로 고민하는 건 아니다. 한국환경공단의 ‘전국 폐기물 처리업체현황’을 보면 2023∼2025년 전국 공공매립지 가운데 18곳의 사용가능 기간이 끝난다. 수도권매립지를 제외하더라도 축구장 144배(약 103만㎡)만큼의 부지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6곳은 아직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했다.

 

2008년부터 사용된 전남 무안 매립장은 내년이면 사용 기한이 끝나 입지선정 중이었지만 후보지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1996년부터 운영된 경남 창원의 덕산 매립장은 현재 사용 중인 2공구의 매립용량 39만㎥ 중 36만㎥가 차서 3공구 조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민들은 “또 20년 동안 매립장을 끼고 살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새 부지를 찾기 어려워 기존 매립지를 파서 다시 쓰는 경우도 있다. 경북 포항에 있는 호동2매립장은 원래 2030년까지 쓸 계획이었는데 2020년쯤 이미 용량이 꽉 찼다. 하지만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했고, 결국 2매립장 일부를 파내기로 했다. 묻었던 폐기물을 꺼내 재활용할 수 있는 건 하고, 태울 수 있는 건 태워 매립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폐기물로 꽉 찼던 공간에 70%의 여유가 생겨 2034년까지 쓸 수 있다는 게 포항시 계산이다.

 

기존 매립지를 파서 다시 쓰는 걸 ‘순환형 매립지’라고 한다. 부지 찾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자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해 2010년 이후 13곳이 순환형 매립지로 조성됐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1996년에 매립장을 계획할 때는 소각장을 같이 짓는 걸 검토했지만, (주민 반발로) 2019년에야 소각장 공사가 끝나 그 사이 매립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초 계획(2030년)보다 4년 정도 시간을 번 건 다행이지만, 촌이었던 이 지역도 개발이 돼서 2034년엔 완전히 문을 닫는 게 맞다고 본다. 그때까지 부지런히 새 부지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폐기물 계획, 16개 시·도가 못 지켰다

 

2026년부터는 수도권의 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종량제 봉투를 바로 땅에 묻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지금은 종량제 쓰레기를 자원회수시설(소각장)에 보내고 소각 용량을 초과하는 쓰레기는 바로 매립지에 묻었지만, 앞으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 2030년부터는 이 같은 방침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남훈 안양대 교수(환경공학)는 “유럽에서부터 폐기물을 땅에 묻는 게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커져 우리도 서서히 매립지 반입금지 항목이 나와 이제는 직매립 제고 개념까지 왔다”며 “방 안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못 버리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매립지 문제에서 해방되는 건 아니다.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소각재를 묻으려면 매립지는 계속 필요하다. 매립지 갈등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은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시·도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자원순환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의 폐기물 발생량을 얼마큼 어떻게 줄일지, 재활용률을 얼마큼 높일지 등이 여기 담긴다. 2020년에 각 시·도는 1차 자원순환 시행계획(2018∼2022년)을 마련했다.

 

환경부를 통해 각 지역의 시행계획을 받아 계획이 순항 중인지 살펴봤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16개 시·도가 배출량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행계획 준수 여부가 지자체 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인 상벌이 없어도 잘 지켜질 것이라고 전했지만 실상은 모두가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서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2020년 생활계 폐기물 426만t, 전체 폐기물 2955만t을 배출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론 30% 이상을 초과 배출했다. 전남과 대구의 2020년 총 폐기물 양은 목표치보다 각각 91%, 71%나 상회했다. 폐기물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대구와 인천, 광주, 경기, 충남, 경북, 세종(생활계 폐기물만 해당)은 폐기물 발생량 목표 자체를 시행계획 적용 전인 2017년보다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설정했는데 그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17개 시·도 중 제주는 유일하게 생활계 폐기물과 전체 폐기물 발생량 목표를 달성했지만 대구, 인천 등과 마찬가지로 2017년보다 발생량을 더 늘려잡은 경우다. 제주의 2020년 생활계 폐기물 역시 2017년보다 소폭 늘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지로·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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