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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이용=환경 파괴’ 인식 개선… 환경·경제 두토끼 잡다 [탄소중립 시대, 나무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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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07 06:00:00 수정 : 2022-11-08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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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잘라야 숲이 산다… 120% 활용법

임업 선진국 오스트리아 가보니

“인간이 개입해야 숲이 산다”
“그대로 두라는 일부 단체 근시안적
산림 쓸수록 탄소배출 획기적 줄여
시멘트 사용량도 대폭 감축 가능해”
고층 목조건축물 지어 탄소 저장도

어떻게 산림왕국이 됐나
전체 국토의 48%인 400만ha 보유
산림관리 핵심 원칙은 지속가능성
89%만 사용, 11%는 늘려가게 해
현지 산악지형 한계 기계화로 극복

나무를 이용해야만, 숲이 살아난다. 유럽의 임업 선진국 오스트리아는 인간 역시 산림이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필수 구성원으로 본다.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목재 활용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구축하고, 임업을 친환경 산업 가운데 하나로 보는데, 이들 국가 중에서도 특히 오스트리아에 주목한 이유는 산악이 많고, 가파른 지형이 많아 한국과 환경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형적 한계에도 수십년간 산림을 활용해온 노하우를 품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첫 번째 국가로 손색이 없다.

 

세계일보가 지난 9월26일부터 10월3일까지 돌아본 오스트리아는 인간이 나무를 베고, 목재를 활용하고, 부산물을 목질 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나무를 ‘120%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14세 이하 청소년들이 지난 9월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케른텐주 오시악 임업기계훈련원에서 전기톱을 이용한 벌목 교육을 받고 있다.

◆민간 산림이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

 

오스트리아는 전체 국토의 약 48%인 약 400만㏊(4만㎢)의 산림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연방 농림지역수자원부에 따르면 1961년 전체 국토의 44%이던 산림 면적은 매년 꾸준히 늘어 현재에 이르렀다. 당국은 산림이 단순 임업지역이 아니라 생산, 보호, 레저, 환경 등 다양한 목적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지역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방침에 앞선 오스트리아 정부의 산림관리 대원칙은 ‘지속가능성’이며 이는 1975년 개정된 산림법에 명시돼 있다. 오스트리아가 123년 만에 전면개정한 이 법안은 산림관리를 4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첫 번째가 ‘사용’으로 소유자가 산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호’로 산림의 89%만 사용하고 11%는 계속해서 늘려가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오스트리아는 나무 증가율 대비 이용률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며 이 비율을 1992∼1996년 71%에서 2016∼2021년 88%로 늘렸다. 세 번째는 ‘환경’으로 산림은 깨끗한 물과 자연을 제공한다는 것이며, 네 번째는 ‘휴식’으로 숲을 사람을 위한 쉼터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연방 농림지역수자원부의 게어프리드 그루버와 파울 에가르트너는 지난 9월26일 빈 사무소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오스트리아 정부의 산림정책은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다”며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통해 동식물 등 생태계를 유지하고, 자연재해를 막는 것은 물론 산림 경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산림을 사용하고 보호하는 만큼 정부가 또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투어리즘’”이라며 “시민들이 여가 시간에 산림 안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의 산림 가운데 81%는 개인, 15%는 정부, 4%는 기타 소유다. 오남용이 우려될 만한데, 개인은 산림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협회에 가입해 당국의 모니터링을 받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뒀다.

에가르트너는 “오스트리아 산림이 10년 전에 비해 오늘날 훨씬 많고, 사용하는 나무보다 자라고 있는 나무가 더 많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산림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산림이용=환경파괴’ 인식 바꾸기 위한 노력

 

나무를 베고 이용하는 것을 두고 ‘환경파괴’적인 행동으로 치부하는 시각은 오스트리아에도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해 산림전문가, 바이오에너지 전문가들이 1000명 이상 모인 ‘오스트리아 바이오매스 협회’(ABA)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이용을 알리고, 벌채 등이 산림보호와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을 수십년째 강조해오고 있다.

 

ABA 페터 립타이 바이오에너지 전문가는 “자연보호 단체들이 주장하는 ‘계속해서 그대로 놔둬라’는 말은 매우 근시안적”이라며 “나무를 이용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숲을 만드는 선순환의 고리에 포함돼있으며 우리 인간 역시 이런 프로세스의 일부”라고 말했다. 또 “나무를 이용하면 시멘트 사용이 줄어들고, 탄소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목재건축 등을 통해 탄소 저장까지 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숲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 결국 지속가능한 순환을 만드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임업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산림에 대한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전문기관인 임업기계훈련원도 이 같은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1955년 산림 황폐화 속에서 평균 9㏊의 작은 산림 면적을 소유한 개인들이 스스로 산림을 관리, 이용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했다. 이에 오시악, 오버웨스터라이히, 슈타이어마크 등 총 3군데에 임업교육기관이 설립됐고,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오시악 훈련원은 1년에 200∼230회차의 훈련을 진행한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찾아와 듣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매년 1∼2그룹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지형적 한계에도 임업 선진국으로 도약한 데는 발빠른 기계화도 한몫했다. 알프스 등 험한 지형에 맞는 기계설비 개발을 통해 임업이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임업 설비 회사 콘라드가 대표적이다. 1990년에 시작된 이 회사는 현재 250개 종류의 기계를 만들고, 약 64%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되는 지역은 알프스 인접 유럽국,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대부분 산맥의 경사가 가파른 곳이다.

 

◆고층 목조건축 가능하게 한 기술 CLT

 

나무를 이용해 탄소중립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최종단계에는 목조건축물이 있다. 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목재 건물은 그 자체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목재로 고층 건물을 짓는 것에 한계가 있었지만,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KLH가 생산하는 ‘CLT’(Cross Laminated Timber)라는 최신 목재 가공 기술 덕분에 이제는 가능해졌다.

오스트리아 최남단 케른텐주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피라미덴코겔의 모습.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전망탑으로 그 높이가 100m에 달한다.

KLH는 독일서 개발한 목자재를 1996년부터 그라츠 공대와 협업해 1999년 세계 최초로 CLT를 공장에서 생산해 냈다. CLT는 KLH의 영어식 발음이다. CLT는 여러 층으로 구성된 나무 합판을 교차적으로 3∼7층으로 쌓는 기술로 이를 통해 건물의 뼈대뿐 아니라 건물 전체를 만들 수 있다.

 

베르트란트 고셋 KLH 서부 유럽·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지역 매니저는 “1㎥의 숲이 1t의 탄소를 저장하는 것처럼 CLT를 이용한 모든 건축물 역시 탄소저장소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KLH가 자체 개발한 ‘탄소 계산기’를 이용해 CLT로 지은 건축물이 환경보호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시연해보였다. 예를 들어 100㎥의 3층 건축물을 100㎞ 떨어진 곳에서 CLT를 통해 짓는다고 하면 약 57.3t의 탄소가 저장되는 식이다. 같은 건축물을 한국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차량으로 약 300㎞, 배로 1000㎞ 이상 더 이동해야 하므로 탄소 저장량은 24.4t으로 줄어든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은 ‘아스페른 제슈타트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도심 녹화 사업을 통해 84m 고층 목조건물로 잘 알려진 호호 비엔나, 그라츠에 위치한 목재 대형병원 등을 지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오스트리아 최남단 케른텐주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피라미덴코겔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전망탑으로 그 높이가 100m에 달한다.

◆고유가 시대 대안된 목질 에너지

 

목재는 에너지원으로도 한몫한다. 오스트리아는 EU 의무에 맞춰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 내 신재생 비중을 34%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달성했는데, 그 배경에는 목재 부산물을 활용한 목질 에너지가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0년대 들어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정부지원을 통해 2002년 바이오매스 공장을 늘리고, 목질 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충당하는 비중을 늘려왔다. 현재 오스트리아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바이오매스는 30.5%로 가스(34.6%)에 이어 두 번째다.

식물이나 나무를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 형태로 분쇄·건조·압축해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만든 펠릿.

최근 고유가로 인해 목질에너지는 일반 가정에서도 인기 있는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펠릿을 활용한 온열 시스템은 널리 활용된다. 펠릿은 식물이나 나무를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 형태로 분쇄·건조·압축해 작은 알갱이 모양(pellet·총알)으로 만든 제품으로 1㎏당 4500㎉ 이상의 열량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도에 개발돼 2000년쯤 유럽 등에서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는 트럭을 통해 펠릿이 각 가정으로 배달되며 특히 올해는 2배가량 사용량이 늘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바이오매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환경을 주요 당론으로 삼는 녹색당의 역할도 컸다. 2019년 총선에서 연정 파트너로 참여한 녹색당은 탄소세 정책을 바꾸고, 디젤 자동차에 추가 세금을 매기는 등 정치 담론에 환경 정책을 반영하는 데 힘쓰고 있다. 녹색당은 10월부터 주유소에서 디젤 주유 시 추가 세금을 부과하고, 철제 라디에이터를 목재 라디에이터로 바꾸는 데 7500유로의 지원금을 주는 정책 등을 주도하고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스트리아(빈·프라트니크·슈타이어마르크·케른텐)=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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