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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때 덜 고생하시라고”…이태원 참사 사망자 손 모아준 생존자

입력 : 2022-11-03 15:52:51 수정 : 2022-11-03 15: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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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료진 요청으로 손·다리 모아”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가 “의료진을 도와 시신의 손과 다리를 모으고 다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생존자 A씨는 지난 1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진들이) 이분 손이라도 모아드리라고, 시신이 굳으면 안 된다고 했었다. 시신이 대(大)자로 있으니까 다리랑 손 좀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A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이었던 오후 10시9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112에 ‘이러다 압사 사고 난다’고 신고 전화를 했던 때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와 같이 단차 20㎝ 정도 되는 곳에 올라서 있었다”며 “밑에 다른 남자아이가 부모님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있는 걸 보고 가게 문을 막 두드려 ‘아이라도 안으로 넣어달라’고 부탁해 가게 안으로 집어넣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A씨는 쓰러진 사람들을 급한 대로 바닥에 늘어놓고 CPR을 진행해야 했던 참혹한 상황에서 의료진을 도운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시신이 대자로 굳으면 관에 들어갈 때 힘들 것 같았다며 “그때부터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신의) 손을 모으고 다녔다. 돌아가셨지만 고생이라도 덜하시게 손을 계속 모으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생존자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앞으로 쏠려서 도망가고 할 새도 없었다”며 “사람이 위로 (넘어져) 계속 체중이 쏠리고 제 갈비뼈는 눌리고 사람은 계속 쌓이니까 저는 더 숨쉬기 힘든 상태였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죽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B씨는 옆 가게 있던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해 인파에서 빠져나왔다. B씨는 “그분이 저를 늦게 발견했더라면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아서 다행이지만 저만 살아나와서 죄송하다”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부상자 등을 위한 정신 건강 대책을 발표했다. 심리 지원 대상자는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이며 보건복지부 긴급 전화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이태원 사고를 직접 목격했거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 목격한 시민도 핫라인 1577-0199, 재난심리현장삼담소, 국가트라우마센터·블루터치 등 정신건강 관련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리 외상 예방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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