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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꿈꿔왔던 배역… 나만의 타티아나 보여줄 것”

입력 : 2022-10-25 21:01:41 수정 : 2022-10-25 21: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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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막 UBC ‘오네긴’서 첫 주역 맡은 한상이·홍향기

나란히 올가역 맡다 女 주인공 발탁
“타티아나는 당차고 내면 강한 인물”
섬세한 감정표현에 연기력까지 필요

2011년 유니버설발레단 입단한 동기
한 “늘 연구하는 향기 배울 점 많아”
홍 “역경에도 긍정적인 언니 닮고파”
“타티아나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드라마 발레 걸작으로 꼽히는 ‘오네긴’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이 무대에 여성 주인공 타티아나로 처음 데뷔하는 발레리나 홍향기(33), 한상이(37)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24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오네긴’ 연습을 마치고 만난 자리에서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드라마 발레 ‘오네긴’에서 주역 타티아나를 처음 맡은 한상이(왼쪽)와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UBC)과 서울 예술의전당이 공동기획한 ‘오네긴’은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안무가 중 한 명인 존 크랑코(1927~1973)가 만든 3막 6장의 드라마 발레다.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여인 ‘타티아나’와 오만하며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과 운명을 밀도 있게 그려내서 드라마 발레 정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크랑코 안무와 작곡가 쿠르트 하인츠 슈톨제가 차이콥스키(1840∼1893, 러시아)의 피아노곡을 편곡해 만든 음악으로 196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했다. 이후 영국 로열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볼쇼이발레단, 라 스칼라 발레 등 전 세계 20여 개 주요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우리나라에선 UBC가 2009년 최초로 공연권을 획득해 초연했다. 이번 공연은 초연 이후 6번째 무대다. 그동안 ‘오네긴’에서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 역을 각각 네 차례와 한 차례 맡았던 UBC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솔리스트 한상이가 이번에 새 주역으로 발탁됐다. 전 세계 ‘오네긴’ 공연 때마다 직접 주역을 결정하는 존 크랑코 재단 관계자가 지난 8월 내한해 연습 과정을 살펴본 후, 영상 오디션을 거쳐 기존 무대에 섰던 수석 무용수 강미선, 손유희와 함께 이들을 타티아나로 낙점한 것이다. 타티아나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에서부터 짝사랑의 아픔을 넘어선 성숙한 여인까지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한다. 고난도의 발레 테크닉뿐 아니라 섬세한 감정표현과 연기력이 요구돼 특별한 재능을 지닌 발레리나만이 맡아 왔다.

‘오네긴’ 연습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홍향기는 “그동안 ‘오네긴’에서 철부지 동생 올가 역만 하다 서른 살이 되고 나서부터 타티아나도 하고 싶어졌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처음으로 치러진 영상 오디션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타티아나 역에 뽑혀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상이는 “‘오네긴’과 타티아나는 나중에 은퇴 무대로 삼고 싶을 만한 작품과 배역”이라며 “2020년에는 출산하느라 타티아나 오디션에 도전도 못 했는데 이번에 기회를 잡게 돼 꿈이 이뤄졌다”고 반색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도 2015년 은퇴작으로 ‘강수진&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무대를 선택한 바 있다.

그토록 바란 ‘오네긴’ 첫 주역인 만큼 부담감은 없을까. 홍향기는 “평소 해오던 대로 하되 ‘오네긴’ 원작과 영화, 다른 발레리나 무대영상 등을 보면서 나만의 타티아나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사랑 앞에선 당차고 내면적으로 굉장히 강하다고 해석한 타티아나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상이는 “타티아나로서 첫 데뷔 무대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어떻게 하면 타티아나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오네긴’ 연습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두 사람은 극 중 타티아나가 뒤늦게 자신에게 매달리는 오네긴을 뿌리치며 겪는 심리적 갈등을 표현한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 외에 ‘오네긴이 올가의 약혼자인 렌스키와 결투하는 장면’(홍향기)과 ‘오네긴이 마음을 바꿔 타티아나에게 애절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한상이)을 관람 포인트로 꼽았다.

각각 6살 때와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홍향기와 한상이는 UBC 입단(2011년)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서로에 대해 “힘든 상황에서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언니를”(홍향기), “힘들 때도 내색 않고 한결같이 연구하며 노력하는 향기를”(한상이) 본받고 싶은 점으로 소개했다. 지난해 결혼한 홍향기와 3살 아이를 둔 ‘워킹맘’ 한상이는 실제 닮은 점도 많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것도, 결혼과 출산이 발레리나의 은퇴 시점이 되지 않도록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는 다짐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1월6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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